키오스크 앞에서 어르신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걱정하게 됩니다.
가끔 꼬장꼬장한 어르신들은 이런거 필요없고 니네가 와서 하던지 아니면 니가 주문을 받던지 라는 식으로 막무가내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정중하게 물어보시는 어르신이나 그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도와드리기도 하고 가끔은 뒤에서 여유를 가지고 직접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점점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은 정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여러가지 지원제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대출을 내놓거나 지원금을 주거나 하는 식인데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서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하는 방식입니다.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온라인이 우선이고 직접 방문은 더 늦게 신청을 받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 정도인데 동네 병원은 더 심각합니다.
직접 방문하면 코로나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셔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 현장에서 예약하면 이틀 뒤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를 모르고 지금 당장 불편해서 찾아온 어르신들은 현장에서 예약을 걸어놓고 집으로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고 요즘은 미용실도 인터넷으로 시간과 날짜까지 다 예약을 합니다.
이걸 모르면 아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조차 없는 겁니다.
이제는 온라인 예약이 없으면 현장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스마트폰으로 뭘 해야하는 경우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가끔 잘 안다고 자부하는 분들도 피싱 전화 한 통에 죄다 털려버리고 좌절하는 사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예 모르면 이용을 못하고 잘 알아도 이용당하는 겁니다.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때도 동네 어르신들을 데리고 컴퓨터하는 방법을 한 번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동네 피씨방에 가서 여러대를 켜놓고 한 분 한 분 앉아서 익스플로러를 여는 방법까지 알려드렸는데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렸었습니다.
전원을 켜고 바탕화면에서 익스플로러를 열면 된다고 했지만 눈도 잘 안보이고 아이콘을 구별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누르다가 겨우 익스플로러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시작은 익스플로러에 접속해서 정보를 얻는 것인데 정보를 얻는 과정까지도 가기 전에 익스플로러를 더블클릭 하는 것에서만 1시간이 다 지나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날 할당된 시간이 딱 1시간이었으니까요.
다음에 또 와서 진도를 이어가야하는데 시간들이 안되니 몇 주가 지나서야 다시 교육을 할 수 있었고 또 부팅 후 익스플로러를 더블클릭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 지나버렸습니다.
아들 딸이 있어도 이렇게 친절하게 하나씩 알려주진 않는다고 하던 말이 기억나던데 저도 저희 부모님한테 이런 교육은 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참 죄송스러웠습니다.
버스도 현금을 안받는 시대고 관광지에 놀러가도 인터넷예약만 받고 시에서도 확진자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만 표시해놓고 어르신들은 정보에 너무 취약한 시대가 되어간다고 느낍니다.
지금도 시작일 뿐인데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면 그때 노인은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요?
그나마 지금은 자식들과 손주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출산율이 바닥인 지금 세대는 나중에 도움을 받을 자식도 손주도 없을텐데 그땐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로봇이 사람을 완벽하게 케어해줄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너무 비참한 세대가 될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