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짜로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일했습니다.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날인데 제 방에 컴퓨터가 있고 에어컨은 거실과 안방에만 놓여있습니다.
PC를 들고 거실로 나가야하나 책상을 옮길까 엄청 고민한 끝에 그냥 거실에 에어컨을 켜고 셔큘레이터를 제 작은방 쪽으로 틀어놓고 그렇게 일을 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덥고 샤워를 하고 잠깐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데 그 짧은 시간에 짬이 줄줄 흐르더군요.
머리를 안 말리고 대충 수건으로 닦고 나갔더니 더 땀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들어오는데 날씨가 너무 꿉꿉하니까 엄청 시원한 음식이 생각났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실내에서 먹는 기억도 나고 바닷가 방파제 앞에서 야외테이블을 놓고 소주를 한 잔 하던 기억도 났습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또 힘을 내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무더운 여름날이면 생각나는 음식들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물회
저는 개인적으로 강원도식 물회를 가장 좋아합니다.
초고추장 맛이 새콤새콤한 그 맛을 가장 좋아하는데 제주에 꽤 오랜기간 살았던 적이 있어서 가장 많이 먹었던 건 제주식 물회일 겁니다.
포항식 물회도 몇 번 먹어봤었지만 저는 육수가 그득그득한게 좋더군요.
포항식은 육수가 가득 들어있는게 아니라 비빔냉면처럼 국물이 없이 나와서 먼저 고추장을 넣어서 비벼서 먹다가 나중에 물을 부어서 먹는 식입니다.
포항에서 먹는 것도 맛있는데 개인적으로 시원한 육수를 들이키는 그 맛이 좋아서 강원도 식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주식은 된장을 같이 섞어서 넣는게 포인트이며 뭔가 구수한 맛이 같이 납니다.
여름이면 한치물회 진짜 많이 먹었고 가끔 자리물회를 먹거나 전복이랑 해삼, 뿔소라가 같이 섞인 모듬물회도 자주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에 혼자 나와서 먹기도 하고 지인들이 놀러오면 일단 데리고 나가서 한그릇 먹고 일정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저녁에 물회에다가 소주를 마시기도 했는데 물회는 언제먹어도 맛있지만 더운 여름에 먹는게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2. 밀면
원래는 냉면을 쓰려고 했지만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맛있고 밀면은 여름에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시원한 밀면을 여름에는 더 자주 먹었던 기억도 있구요.
저는 진짜 좋아하는데 의외로 밀면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군요.
그 두꺼운 면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차라리 냉면이 낫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밀면을 더 좋아하는데 여름이면 밀면에 수육을 시켜놓고 거기에다가 막걸리를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낮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딱 한 번 그렇게 마신 적이 있는데 그러고나서 이틀동안 거의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막걸리를 안마시겠다고 그랬다가 또 괜찮아지고 나서는 막걸리를 마셔댔구요.
제주도 막걸리가 특히나 탄산도 없고 맛이 좀 밍밍한 것 같아서 진짜 술술 잘 들어갑니다.
처음 마실때는 물 탄 것처럼 뭔가 밍밍하다 생각하고 탄산도 없으니 막걸리같지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시작입니다.
두어잔 마시다보면 이게 은근 잘 들어가는구나 느끼게되고 그때부터는 주량을 넘어서기 시작합니다.
제주도에서 파는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열흘 정도로 짧은 게 특징이며 핑크색이라 눈에 잘 띕니다.
제주도에 가시면 음식점 대부분이 제주막걸리를 판매하고 있고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가면 유통기한이 짧아서 손님이 찾을때마다 슈퍼에 가서 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냉면은 가위로 끊어서 먹기도 하지만 밀면은 면이 잘 끊어지기 때문에 후루룩 한 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끊어먹는 그 맛이 참 좋습니다.
살얼음이 올라간 육수도 좋고 얼음없이 시원한 육수도 좋죠.
전국에 있는 밀면을 여행다니면서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나중에 기술을 배워서 밀면집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아마도 이번 생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3. 빙수
음식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빙수가 나와서 의아해하시겠지만 저는 어릴때부터 동네에 즐겨먹던 딸기빙수집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설빙이니 뭐니 체인점들이 많이 나와서 눈꽃빙수를 팔지만 그때는 숙대 와플하우스 딸기빙수가 최고였습니다.
딸기를 수북하게 올려주는 빙수인데 워낙 많이 올려줘서 공략이 중요했습니다.
아래 얼음부터 살살 파먹던지 비벼주던지 해서 딸기를 잘 비비고 뭉개줘야하고 이제 얼음이 살짝 녹으면 그거랑 딸기를 같이 비벼먹는 식이었죠.
와플하우스는 지금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에 먹던 그 맛은 아니더군요.
양도 줄은 것 같고 가격은 옛날과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엄청 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릴땐 와플하우스의 와플과 딸기빙수 말고 볼샌드도 참 좋아했었는데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그 시절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민학교 정문 근처에는 떡볶이집들이 3군데 정도 있었고 대부분 얼음덩어리를 직접 갈아서 만드는 빙수도 있었습니다.
300원이었던가 지금도 생각나는데 얼음덩어리를 올려놓고 손잡이를 빙빙 돌리면 얼음이 돌아가면서 서걱서걱 갈려나오고 그걸 대접에다가 받아서 그 위에 시럽을 휘휘 뿌려서 내어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떡볶이랑 같이 한그릇 먹고 나오는 겁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그 뜨거운 떡볶이를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먹고 친구랑 헤어지곤 했는데요.
주번이 되면 아이들이 안먹은 우유를 그대로 들고가서 개당 100원씩 받고 떡볶이나 팥빙수랑 바꿔먹곤 했습니다.
남은 우유는 왠지 우유들이 묻어서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곤 했는데 다들 안먹으려고 하니 주번이 그걸 가져가서 바꿔먹는거죠.
지금은 우유가 없어서 못 마시는데 어릴땐 왜 아침에 먹는 우유가 귀찮았는지 모릅니다.
우유값을 내고도 아침에 너무 차가워서 안마시는 친구들이 꼭 있었고 진짜 안마시는 날엔 10개가 넘게 남는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날은 이제 친구들 다 데려가서 떡볶이 파티를 하는 날인데 로또맞은 것처럼 진짜 좋아하곤 했습니다ㅎ
4. 삼계탕
복날이 되면 점심에 삼계탕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이 더운 여름날 땡볕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항상 뉴스에 나오곤 했는데요.
저도 딱 한 번 줄서서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종로구 경복궁 근처에 있는 토속촌이라는 음식점인데 복날이면 항상 여기가 뉴스에 나오는 단골 맛집입니다.
그렇게 맛있다고 해서 저도 딱 한 번 간 적이 있고 오~ 진짜 다른 삼계탕이랑 다르긴 했습니다.
줄을 서서 먹는데엔 다 이유가 있구나 싶더군요.
국물이 진짜 진하고 맛있어서 다음에 또 한 번 와야겠다 생각했으나 줄서는 것도 귀찮고 딱히 경복궁까지 갈 일도 없어서 아직까지 못가고 있습니다ㅋ
제주도에 있을땐 비원이라는 삼계탕집을 자주 갔었는데 뚝배기가 엄청 크고 양도 많은데다가 맛도 좋아서 삼계탕 먹고싶을땐 꼭 비원으로 갔었습니다.
지금은 남양주로 이사왔는데 여기도 심마니네약초백숙이라고 유명한 집이 있어서 백숙이나 삼계탕이 먹고싶으면 항상 이쪽으로 갑니다.
지인들이 놀러올 때도 다 만족스러워하니까 더 자주 가게 되더군요.
이번 초복에도 여기에서 먹었는데 중복에도 또 먹을까 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 초계국수
팔당에 직접 가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아직 직접 가서는 못 먹어봤네요.
원래 시원한 육수나 면을 좋아해서 여름에 중국집을 가도 냉짬뽕이나 냉우동이 있으면 짜장짬뽕 말고 냉시리즈를 먹는 편입니다.
중식냉면도 좋아하는데 어릴때 방송에서 초계국수라는 게 나오는 걸 보고 나중에 저건 꼭 먹어봐야겠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뭐 차도 없고 동네에 초계국수집도 없으니 기억에서 잊혀지다가 어느날 동네에 초계국수 전문점이 들어와서 그때 처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새콤하고 시원하고 딱 제 스타일이어서 진짜 맛있게 잘 먹었는데 미사리 밀빛 초계국수 체인점이 많아져서 요즘에는 본점이 아니더라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에 광명에 있는 아울렛에 갔다가 체인점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엄청 시원하고 맛있더군요.
다만 본점에 비해서 1500원인가 더 비싸긴 했지만 뭐 그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에는 본 점에 가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저만 좋아하고 다른 분들은 뭐 그렇게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라서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이소박이국수도 먹고싶은데 다들 시큰둥해서 참;;
6. 한치회
여름이면 술안주로 생각나는 안주가 바로 한치회입니다.
20대 중반에는 오징어회가 저렴하고 맛있어서 술안주로 자주 먹었는데 30대 이후에는 한치회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치는 오징어보다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이며 오징어보다 훨씬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치회를 먹다가 오징어회를 먹으려고 하면 그만큼 맛이 덜하죠.
오징어회도 맛있지만 초여름에는 한치회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점점 한치회가 비싸져서 자주 먹지는 못 했는데 제주도에 처음 갔을때만 해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자주 먹었습니다.
여름이면 동한두기에 나가서 한치회에 백숙을 먹고 왔는데 지금은 바깥에서 그렇게 먹는 것도 불법이라 다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가게 바로 앞에 파라솔을 펴고 먹거나 가게 안에서 먹어야하는데 그 부드러운 식감이 생각납니다.
코로나가 풀리면 제주에 한 번 놀러가서 이것저것 먹고 오고 싶은데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니 올해엔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