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저희 소원은 집에 컴퓨터를 놓는 것이었습니다.
친척집에 한번 놀러갔는데 오락실에만 있던 라이덴을 집에서 컴퓨터로 하는걸 보니 정말 부럽더군요.
어릴때 구매했던 패밀리 이런거 말고 진짜 오락실에 있는 게임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저도 PC를 사달라고 졸랐으나 결국 공부에 집중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사진 못했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웠던걸 알면서도 괜한 욕심을 내본거였죠.
그때가 중학교 1학년때였는데 당시 집에 PC가 있는 친구들은 한 절반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들 집에서 겜을 즐기고 타자도 치고 하는데 없는 친구들만 서로 모여서 놀거나 아니면 집에 PC가 있는 친구네 집으로 모여서 같이 놀고 했었네요.
그때는 컴퓨터수업도 일주일에 한번인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뭔가를 알려주면 명령어를 하나씩 따라해가며 배우는 정도의 수업이었습니다.
그 외엔 한메타자연습으로 시간을 때웠는데 당시 타자가 빠른 친구는 거의 500~600타정도 나왔었습니다.
저는 50타 나왔었나? 진짜 느렸는데 어느날은 그걸로 시험을 보더군요.
120타가 넘지 못하면 엎드려뻗쳐를 해서 몇대씩 맞았는데 내가 이걸 왜 맞고있어야하나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타자연습을 못한게 그리 잘못한 일인가 싶고 분해서 그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컴퓨터수업으로 인해서 여럿이 모이는 활동을 하며 친해진 친구도 있고 그 덕분에 정기적으로 친구네집에서 모여서 서로 게임을 즐기기도 했었는데 오락실에서 스틱으로 하는것과 키보드로 조작하는건 완전 달라서 잘 적응이 안되더군요.
우리집에 키보드가 있으면 심심할때마다 두드렸을텐데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가서 잠깐씩 타자를 치는걸로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게임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재밌었는데 오늘은 그 예전에 했던 게임들에 대해서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코치드 어스(Scorched Earth)
이건 저도 국민학생때 했던거라 지금 아시는 분들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여럿 모여서 각자 탱크를 고르고 플레이를 했는데 포트리스의 원조격인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각도를 조절해서 포탄을 발사하는 방식이며 각자 한번씩 턴이 주어져서 상대방 탱크를 사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스테이지가 끝나면 각자의 성적에 따라 상금이 주어지는데 받은 상금으로는 아이템을 살 수 있었습니다.
자기자신을 보호하는 아이템도 있고 공격력을 강화하거나 낙하산을 사용하는 뭐 그런 아이템들이었는데 설명이 다 영어로 되어있었지만 한번씩 해보면서 어떻게 쓰는건지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상금을 많이 모은 친구는 최종아이템으로 핵무기를 고르곤 했는데 그걸 발사하면 거의 대부분 지역이 초토화되기에 다수를 싹 쓸어버리는 효과가 제대로였습니다.
본인도 같이 피해를 입겠지만 어쨌거나 상대방을 같이 처치하면 상금이 나왔기 때문에 본인이 피해를 입는걸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발사부터 했었습니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무기를 사서 발사하곤 했었는데 네이팜탄같은 살상력이 크고 논란이 된 무기들이 등장했었더군요.
이번에 포스팅을 하면서 유튜브를 한번 찾아봤는데 꽤 다양한 무기들이 있어서 은근히 무시무시한 게임이었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스코치드 어스는 온라인용이 아니라서 집에 친구들끼리서만 즐길 수 있었는데 서로 한 턴 한 턴 조심조심 탄을 발사하다보니 1~2시간은 우습게 지나가는 마성을 지닌 게임이었습니다.
점심에 시작해서 금방 저녁이 되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포트리스보다도 훨씬 재밌게 했었던 걸로 느껴집니다.
처음 접해보는 방식의 게임이기도 했고 그때가 워낙 어릴때라 그런류의 게임은 처음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2. 페르시아의 왕자
이것도 역시나 굉장히 오래된 고전게임 중 하나입니다.
집에 PC가 있었다면 다들 그시절엔 한번씩 해봤을 정도로 대유행을 했었던 겜인데 중간중간에 나오는 장애물들을 하나씩 기억해야 소중한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물약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떤건 독약이고 어떤건 에너지약이고 그런 식이다보니 처음할때는 뜬금없이 막 죽고 그랬었습니다.
초보는 금방 죽기때문에 일단 친구가 먼저 하는걸 지켜보고 중간중간 한번씩 기회를 주면 그때 플레이를 하곤 했었는데 눈으로 보는거랑 직접 하는건 또 다르더군요.
뒤에서 지켜볼때는 이 타이밍에 찌르면 되겠지 뛰면 되겠지 싶은데 막상 컨트롤을 해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았으니까요.
점프뛰는 타이밍도 힘들었고 해서 몇번 하다가 다시 친구한테 넘겨주고 니가 해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마지막까지 다 깼던 기억은 없네요.
난이도가 있기도 했지만 이어서 플레이하는게 안되는거였는지 아니면 너무 오래걸려서 중간에 끊었던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거는 엔딩이 너무 궁금해서 유튜브로 직접 찾아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게임이더군요.
너무 어려워서 엔딩까지 못가고 중간에 계속 포기했던 모양입니다.
다시 찾아보니 독극물이랑 에너지물약은 병의 무늬가 약간 다른점이 눈에 띄었고 마지막 엔딩은 예상대로 공주를 구출해서 깔끔하게 끝나더군요.
그리고 정말 허무했던 것은 치트키가 존재했었다는 점인데 도스 프롬프트 화면에서 prince megahit 또는 prince improved라고 입력하면 치트모드가 활성화되고 게임을 실행한 후 특정키를 누르면 다양한 치트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키는 시간증가, shift + s는 체력증가, shift + t는 생명력 최대치 추가, shift + l은 다음 레벨로 바로 이동하는 치트라고 합니다.
shift + w는 낙하할때 천천히 떨어져서 피가 달지 않게끔 해주고 K는 화면내에 있는 모든 적을 제거해준다고 합니다.
이걸 알았더라면 친구와 같이 엔딩을 볼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이런 커뮤니티가 없었고 공략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이를 이렇게 먹고나서야 비밀을 겨우 알게되었네요ㅎ
3. 고인돌
페르시아의 왕자도 엔딩을 못봤지만 고인돌도 마찬가지로 엔딩을 못 본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하긴 많이 했었는데 왜 엔딩을 못깼던 걸까요?
이 역시나 유튜브에서 엔딩을 클리어한 영상을 보고 알게되었는데 엄청 난이도가 있는 겜이더군요.
게임의 진행도 빠르고 보니까 레벨7이 마지막판이던데 저랑 제 친구는 레벨3정도에서 계속 죽었던 기억이 납니다.
망치질을 엄청 해가면서 통과하고 바위를 부수고 그랬었는데 재미는 있었으나 잘하진 못했던 게임이었습니다.
4. 레밍즈
고인돌이나 페르시아의 왕자는 컨트롤도 어렵고 외워야하는 패턴이 많아서 초보자인 저는 그리 잘하진 못했었습니다.
제가 직접 할 수 없으니 재미도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레밍즈는 머리만 잘 굴리면 되는 게임이고 따로 컨트롤 같은게 필요없이 적재적소에 유닛들 배치만 잘해주면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이어서 저도 재밌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도 꽤 재밌어했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친구가 깨지 못했던 퀘스트를 같이 깨곤 했었는데 그때는 한창 공부를 할 시기였고 머리도 잘 돌아갔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하라면 아마도 못할 것 같네요ㅎ
5. 번외편 – 닌자 ZOOL, 둠
이건 우연찮은 기회에 받게되서 친구랑 같이 플레이를 했었던 게임입니다.
약간 마리오같은 느낌의 게임이었지만 직접 총알을 쏘는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로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다보니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노가다를 하면서 공략을 해야했습니다.
처음에는 벽을 타는 방법도 몰라서 계속 해당 지점에서 멍을 때리다가 우연히 벽을 타고 튕기는 법을 알게되어 다음판으로 겨우 넘어가곤 했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잘 넘어가는 듯 했으나 결국은 특정 지점에서 도저히 클리어하는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재밌었으나 결국은 포기할 수 밖에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클리어를 못하고 계속 포기했던 PC겜이라서 그 어린나이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게임이름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그 이름도 유명했던 둠은 1인칭 액션슈팅게임인데 직접 주인공의 시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꽤 긴장을 하며 플레이를 하곤 했었습니다.
3D게임이라서 좀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 정신없는걸 다 상쇄할 정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다보면 금방 적응하게 되고 너무 퀘스트가 어려우면 치트키를 써서 쉽게 통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포스트잇에 치트키를 적어둔 걸 봤는데 벽뚫키라고 해놔서 오랫동안 맞춤법으로 놀려먹었었네요ㅎ
둠은 게임 자체가 피튀기고 괴물들이 나오는 잔인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부모님들에게 들키지 않게 저희끼리 있을때만 플레이를 했었습니다.
죄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불안하더군요.
지금보면 화면도 엉성하고 피튀기는 장면도 조잡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왜 그리도 리얼하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친구네집에서 열심히 게임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바로 몇년뒤에 그 이름도 유명한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고 전국에 피씨방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2~3년정도만에 갑자기 무슨 변화가 생긴건지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때 같이 컴퓨터를 했던 친구는 지금도 만나는데 생각난 김에 내일은 전화라도 한통화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