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들 컴퓨터가 있는 시절이었는데 저희집만 컴퓨터가 없었습니다.
제가 컴퓨터학과를 선택해서 대학을 갔었는데도 집에 PC가 없어서 과제를 피씨방에서 밤새 해가곤 했었네요.
학교에 있는 컴퓨터실에서 과제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다들 같이쓰는 피씨여서 엄청 느렸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몇시간 했던 작업물이 컴퓨터 에러땜에 날라가버리면 진짜 멘탈이 바사삭 부서져서 말도 안나오고 멍하니 앉아서 화를 삭혔던 적도 있습니다.
결국은 휴학을 하고 노가다를 뛰어서 150만원짜리로 풀셋팅을 맞춰서 샀던 기억이 있는데요.
사놓고 바로 군대를 갔더니 군대에서 어찌나 컴퓨터 생각이 나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샀나 싶기도 하고 뭐 그랬었습니다.
집에 컴퓨터를 산 건 군대가기 바로 직전이었지만 그 전에는 피씨방을 다니면서 컴퓨터를 배웠는데 특히나 타자는 상대방과 욕을 하면서 금방 늘었습니다.
피씨로 게임을 처음 시작했던게 중학생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전엔 친구네집에서 도스 게임을 주로 했었고 이제 피씨방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게임들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1. 스타크래프트2
저는 지금도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순간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중2정도로 기억하는데 요즘에 스타가 그렇게 재미있다며 동네 형이랑 친구랑 다같이 동네에 있는 한 피씨방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 형이 방을 만들어서 배틀넷이 아닌 IPX로 4:4 컴퓨터와의 대결을 하는데 그 형도 딱 한번 해봤던거라 잘 몰라서 사장님에게 방 만드는거랑 맵 고르는걸 물어보고 시작했었습니다.
맵은 뭐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유한이 아닌 무한으로 골라서 했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프로토스로 종족을 골랐고 그때 처음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저처럼 프로토스를 골랐습니다.
포톤캐논을 깔면 알아서 지상병력과 공중병력까지 다 방어를 할 수 있으니 그것만큼 쉬운게 없었죠.
게임이 시작되고 컴퓨터가 공격을 들어오는데 제가 설치한 포톤캐논이 방어를 다 하고 부서진걸 다시 짓고 미네랄을 캐고 가스를 캐고 나중에 병력 하나하나 뽑다가 최종적으로는 캐리어를 뽑았는데 뽑고나니 게임이 끝나더군요.
지금보면 그냥 포톤 도배하고 버티는 정도였지만 그때는 정말로 제가 뭔가 큰 일을 한 것같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뒤에 한게임정도를 더하고 나왔는데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았고 뭔가 저도 공격을 가보고 싶고 다른 유닛들도 더 조작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때는 CD를 받아서 그걸 씨디롬에 넣고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는데 고1때가 되니 그때부터는 전교에서 대유행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야간자율학습이라 쓰고 야자라 불리는 수업을 시작했는데 저녁까지 공부를 하고서 집에 가기전에 다들 피씨방에 들러서 한게임씩 하고가는게 유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오전에 7시부터 12시까지 5시간동안 정액권을 끊어서 7천원인가 그 정도로 돈을 내고 즐기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시간당 1천원정도지만 그때는 1시간에 1500원이나 그보다 더 높은 비용을 주고 게임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피씨방을 여러개 운영했던 사장님들은 꽤 큰 돈을 벌었었죠.
시간당 2천원을 내는곳도 있었는데 아무튼 그런식으로 학교수업이 끝나고 친구들끼리 서로 대결을 하거나 방을 파고 배틀넷에서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즐기곤 했었는데 같이 옆자리에서 게임을 하니 얼마나 재밌었겠습니까?
지금이야 다같이 겜을 하는게 당연한 시기지만 그때는 그런식으로 다같이 온라인에서 만나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서로 협동을 해서 상대편을 이기는 게임을 하니 당연히 그때부터는 오락실이 시들시들해지고 다들 피씨방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2. 리니지
시작은 스타크래프트였지만 중독이라는 말을 알게해준 게임은 단연 리니지였습니다.
중3때 처음 동네에 형들과 피씨방을 가게되었고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려고 했으나 다른 형들이 모두 리니지를 해보라고 권유를 하더군요.
그때 피씨방 벽에 붙어있는 경고문구에는 리니지에 중독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피씨방에는 성혈이 여럿 있었고 사장님이 아마도 성혈 군주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레벨 45~46에 -40방인가 -45방인가 그 정도를 다들 차고 있었습니다.
이반이 있어서 순식간에 원하는 지역으로 날라가고 투망을 쓰고다니는걸 보면서 겜을 시작했는데 첫 시작부터 난관이더군요.
주사위를 굴려서 원하는 스탯이 나와야하는데 운이 나쁘면 1시간동안 주사위를 굴려야하는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아까우니 일단은 기사로 대충 스탯을 맞춰서 시작했는데 북섬에서 오크패밀리를 잡으며 아이템을 줍는데 못보던 템이 나올때마다 형들한테 이거 좋은거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게임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때는 채렙만 되도 고수라는 소리를 들을때였는데 레벨 30이었던 형도 본던에서 고층은 못올라가고 저층에서 버그베어나 퉁퉁거리며 잡고 그랬었습니다.
젤데이는 바라지도 않았고 양손검이나 일본도 정도가 나오면 크게 소리를 질렀던 시기였는데 처음 할때부터 중독이되서 진짜 오랜기간 피씨방을 다니며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요일이면 피씨방에서 정액권을 끊고 저녁부터 아침까지 게임을 하곤 했었는데 그때만해도 캐릭터가 사망하면 아이템을 미친듯이 떨구던 시기여서 저렙일때는 그것만을 노리고 사냥터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오우거가 업데이트된 어느날 한 기사가 오우거와 1:1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만해도 오우거는 피가 많고 공격력이 쎈 몹이었기 때문에 거의 요정들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하며 서로 돌면서 잡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사가 1:1로 직접 잡는건 처음봤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구경을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혹시라도 오우거의 피가 나오면 대박이니 먹자를 하려고 기다린거죠.
근데 갑자기 엄청난 렉이 걸려버렸습니다. 기사가 멈추더니 갑자기 렉이 풀리자마자 어억~ 소리를 내면서 눕더군요.
기사가 누운 자리에는 아이템이 미친듯이 떨어져있었고 아이템 앞에 +라고 써있는 걸 보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주워먹기 시작했습니다.
오토마우스를 돌리며 계속 주워먹었고 아이템 창을 열어보니 완전 풀템이 제게 모두 들어와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요정도 같이 주워먹었는데 그때 제 캐릭은 레벨 5였었고 당시엔 먹자캐릭이라 귀환주문서도 없이 그냥 털레털레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물약도 없고 그럴때였는데 그때는 단축키가 없어서 주문서를 사용하려면 직접 아이템 창을 열어서 클릭하거나 아니면 미리 단축키로 지정을 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주문서같은건 당연히 없었으니 그냥 아이템을 먹고 빨리 마을로 걸어가려고 내려갔는데 같이 먹자를 했던 요정이 저를 치더군요.
툭툭 치는데 이러다가 눕겠구나 싶던 순간 그 요정의 공격에 의해 제 캐릭은 누워버렸고 가장 중요한 검과 그 외의 아이템들을 여럿 떨구고 말았습니다.
리스를 하고 마을에서 시작하니 이미 누웠던 기사의 귓말이 무수히 쏟아지기 시작했고 제 아이템 창에는 +4사각방패와 +4면갑만이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갑옷이나 검, 티셔츠 뭐 그런것까지 다 먹었던 걸로 기억했는데 그 요정의 공격으로 인해 다 떨구고 만 겁니다.
다른건 몰라도 일본도를 떨군건 정말 아쉽더군요.
+4셋을 차고있는걸로 봐서 적어도 +6검은 차고있었을거고 운이 좋으면 +7검은 차고있었을텐데 말이죠.
그 이후로 몇번 먹자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때만큼 대박은 없었고 지금도 그때의 손떨리던 장면만 계속 기억이 납니다.
3. 디아블로2
리니지에 한창 빠져있다가 약간의 무료함이 찾아오기 시작할 무렵 디아블로2가 나옵니다.
그때는 러쉬를 해서 장비를 꽤 날려먹었던 시절이었는데 다들 디아2를 한다길래 저도 같이 시작을 했었습니다.
아마존으로 시작했었고 발리스타를 얻어서 그걸로 앵벌이를 하러 다니곤 했습니다.
메추리나 이글혼을 끼고싶어서 메피도 하루종일 잡았었는데 결국은 안되더군요.
피씨방 사장님이 아이템 복제를 한다해서 할배검이랑 원드포스 옮기는거 구경하다가 잘되면 받기로 했는데 나중에 그게 다 막혀서 뭐 구경만으로 끝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사장님이랑 친해서 점심에 짜장면 시키면 제것도 같이 시켜주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런 재미가 없네요.
카오방을 돌면서 금방 레벨업을 하고 아마랑 소서에 바바리안끼리 서로 피케이하고 저녁에는 술집에 가서 서로 게임에 대한 토론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게임이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하루종일 하고도 술집에서 또 게임으로 토론을 하고 그랬어도 질리지 않던 기억이 나네요.
4. 포트리스
포트리스는 여러 게임들에 좀 머리가 아플때 한번씩 했던 게임입니다.
서로 돌아가며 공격을 하는건데 그건 제가 대학에 다닐때 많이 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서로 뒷자리에서 방을 만들고 하면서 놀았는데 각도 맞추면서 쏘는게 왜 그리 재밌던지요ㅎㅎ
뜬금없는 슛에 우리편이 더블을 맞고 죽으면 수업시간 도중에 서로 웃음을 참아가며 킥킥거리곤 했고 슈탱이 나오면 소리가 들릴락말락 할 정도로 나이스를 외쳤던 시절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젊은시절을 다 보냈는데 뭐 지금도 그때랑 별반 다를건 없네요.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청춘을 다 보냈으나 지금은 딱히 하는 게임도 없고 인생에 별다른 취미도 없어서 그냥저냥 사는 중입니다.
뭔가 취미를 하나 만들어야할텐데 그때만큼의 열정이 지금도 나올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