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점점 감퇴되어 갑니다.
가끔 술을 마시다가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면 그때의 기억을 안주삼아서 술을 맛있게 마시기도 합니다.
오늘은 머루랑 다래를 먹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다래하면 참다래라고 해서 키위를 떠올리지만 키위보다는 작은 다래라는 열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머루도 머루포도라고 기억하지만 산에서 나는 머루는 포도와는 약간 다른 생김새였습니다.
알맹이가 포도처럼 한송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할머니가 삼촌이 따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갑자기 그 다래가 생각나서 또래 친구들에게 얘기해줬더니 다들 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 혼자 잊혀진 기억을 안주삼아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다가 집에 들어왔고 갑자기 이걸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살진 않았지만 방학이 되면 시골에 부모님이 저를 맡기고 돈을 벌었기에 강원도에서의 추억이 참 많습니다.
일단은 시골집에서 20분정도 걸어나가면 바로 강이 있었기 때문에 물놀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강에 나가기 전에는 일단 먹을거리를 챙겨서 갔습니다.
어른이 있을때는 정말 푸짐하게 수박이나 라면같은걸 가지고 나갔었고 저희들끼리만 있을땐 옥수수나 복숭아 등의 과일만 가져갔습니다.
열심히 물놀이를 하면 배가 금방 고파오기에 먹을걸 꼭 챙겨가야 했습니다.
어린 저희들은 얕은 물에서 잠수 정도만 했지만 형들은 그 깊은 강물을 헤엄쳐서 반대편까지 가곤 했고 작살을 들고 물고기를 잡기도 했기에 항상 쑥을 한웅큼 챙겼습니다.
쑥을 귀에 틀어막아서 물이 안들어오게 하고서 강물에 들어갔는데 왜 쑥을 귀에 넣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냥 어른들이 하는걸 보고서 따라하는게 아니었을까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
지금 형들을 만나서 그때 왜 쑥을 귀에 넣었냐고 물어봐도 다들 기억이 안난다고만 합니다.
저 혼자서만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때문에 꼭 예전에 놀던 추억을 글로 남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들 알고있는 줄 알았는데 물어보면 기억이 안난다고 하니까요.
저도 언젠가는 그런 기억들이 다 사라져버릴수도 있으니 글로 남기려고 합니다.
1. 집에서 수확하던 과일 채소들
우선 시골집 바로 입구에는 포도가 열려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철봉들처럼 봉이 위에 줄줄이 달려있었고 거기에 포도넝쿨이 휘감아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이제 포도가 알알이 열매를 맺고 주렁주렁 매달리게 됩니다.
바로 집앞에서 딴 포도는 농약을 안쳤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씻을 필요없이 그냥 먹곤 했습니다.
집에서 왼편으로 올라가면 참외랑 수박밭이 나왔습니다.
그쪽에서 살모사도 종종 나왔기 때문에 밭에 갈때는 항상 조심해서 장화를 신고갔습니다.
쪼그려앉다가 엉덩이를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시골집 근처에 뱀도 많았고 개구리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앞 개울에는 가재가 항상 있어서 껍질을 벗긴 개구리를 철사에 꿰어서 그걸 물에 담궈두면 알아서 가재들이 그 주변으로 모이곤 했었습니다.
딱히 가재를 잡아서 뭘 하진 않아도 그냥 잡아다가 세수대야에 물을 채워넣고 거기에 풀어서 장난을 치면서 놀았습니다.
밭에서 참외나 수박을 따면 땡볕에 있었기에 엄청 미적지근 했습니다.
그러면 딴 수박을 앞 개울에다가 담궈놓고 나중에 꺼내서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딱히 냉장고에 넣을 필요없이 딴 과일들은 그냥 또랑에다가 담궈놨다가 꺼내서 먹었습니다.
집 정면으로 나가면 그 앞에 옥수수밭이 있었고 그 오른편으로는 가지나 호박, 오이 등등의 채소들이 열려있었습니다.
호박은 따서 찌개를 끓여먹고 가지는 볶아먹고 오이는 그냥 따서 옷에 슥슥 문질러서 야물딱지게 씹어먹곤 했습니다.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게 아니라 그냥 열려있던거라 언제나 먹으면 미적지근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처에 토마토랑 고추도 있었는데 잘익은 토마토가 보이면 따서 씻어다가 마루에 가져다놓고 누워 놀면서 하나씩 먹었습니다.
흰옷에 토마토 국물이 튀기면 혼날까봐 부엌에 가서 막 문질러보고 그랬는데 자국은 지워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잘 익은 토마토를 먹을때면 항상 조심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이면 옥수수를 따서 큰 솥에다가 쪄놓고는 만화책을 보면서 하나씩 뜯어먹었습니다.
먹기 전에는 5개는 먹어야지 생각했다가 하나를 다 먹고나면 너무 배부르고 지겨워서 2개까지만 겨우 먹곤 했습니다.
2. 강에 물놀이를 갔던 일
여름에 시골집에 가면 다같이 물놀이를 하러 강에 나가곤 했습니다.
그냥 걸어갈때가 있고 동네 삼촌들이 경운기를 타고나가면 그 뒤에 다 타고 큰 길까지만 데려다달라고 해서 같이 타고 나갔습니다.
걷는 속도만큼 느린 경운기지만 그걸 타고 나가면 뭔가 항상 신이 났었습니다.
물놀이를 나갈때는 밭에서 딴 참외나 수박, 아니면 복숭아, 옥수수 요런 요깃거리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갑니다.
먹성이 좋은 나이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고나면 금방 허기가 지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뭐 다들 팬티 한장만 걸치고 놀았는데 배가 아프면 이제 뒷편으로 돌아가서 응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고여있는 물과 손으로 뒷처리를 하고 다시 돌아와서 물놀이를 했었습니다.
다들 그런식으로 놀았는데 지금에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기겁을 할 겁니다ㅋㅋ
물안경은 안가져와서 없었기 때문에 물 속에서 눈뜨는 법을 배워서 수영을 했었습니다.
질끈 감았던 눈을 그냥 뜨면 된다고 해서 혹시나하고 눈을 떠봤는데 약간 이질감이 드는 것 빼고는 물 속도 잘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눈뜨고 잠수를 하는 식으로 물놀이를 했고 헤엄치는 법은 그 뒤에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개헤엄으로 시작해서 그 뒤엔 저수지수영이라고 얼굴을 물에 박지않고 좌우로 돌려가며 자유형처럼 수영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수영장에서처럼 멋지게 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을 건널 정도는 되었네요.
물놀이를 하고나서 먹는 과일이나 채소는 정말 꿀맛이었고 지금도 기억나는건 거기서 돌을 모아놓고 거기에다가 불을 피워서 라면을 끓여먹었던 장면입니다.
냄비를 가져가서 거기에다가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여럿이 그렇게 먹으니 진짜 맛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최고로 맛있는 라면이었다고 자부합니다.
3. 비닐하우스에서의 추억
집 앞에는 비닐하우스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뭘 키우기도 했지만 거의 창고의 개념처럼 사용했었습니다.
겨울이면 거기에 들어가서 놀았는데 진짜 별 거 안했어도 그 안에 있으면 재밌었습니다.
할머니한테 혼나면 쫓겨나는 장소이기도 했고 애들끼리 노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불 붙은 나뭇가지를 들고서 비닐에 구멍을 뽕뽕 뚫으면서 엄청 재밌게 놀았는데 나중에 할머니한테 걸려서 뒤지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구멍을 뚫어놓으면 다시 비닐을 한겹 더 덮어야했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요?ㅋㅋ
어릴때는 그런 개념이 아예 없어서 한번씩 혼이 나야 하면 안되는거구나 깨닫곤 했습니다.
아니, 하면 맞는거구나 몸으로 느낀거죠.
4. 개구리를 잡으로 다닌 일
어릴때만해도 개구리를 잡아다가 화로에 구워먹곤 했습니다.
다리를 잡고 화로 끝 부분에다가 머리를 툭 내려치면 끽 하는 소리와함께 개구리가 기절을 합니다.
그렇게 기절을 시키고나서 불판에 올려서 구워먹는 겁니다.
무심하게 툭툭 치는게 포인트인데 그렇지 않으면 불판에 올라간 개구리가 살아서 움직이다가 아래 숯불로 떨어져서 새카맣게 타버립니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절을 시키는거죠.
개구리를 구우면 애들은 다리만 쏙쏙 빼먹고 가끔 알이 벤 암컷개구리는 알까지 먹었습니다.
알을 벤 개구리가 익으면 알들이 까맣게 되는데 그게 고소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개구리 다리는 닭다리처럼 야들야들해서 좋아했었습니다.
그렇게 애들이 다리랑 알을 싹 쓸어가면 삼촌들은 남은 부위에다가 소주를 마시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삼촌들이 구워줬는데 몇 번 먹고나서부터는 이제 직접 개울물에 들어가서 개구리를 잡고 화로에 불만 올려달라고 해서 거기에 직접 애들끼리 구워먹기도 했었습니다.
바께스를 들고다니면서 거기에 개구리를 잔뜩 잡아다가 구워먹던 시절이었습니다.
한번은 개구리를 잡다가 가만히 앉아있는 개구리가 보이길래 잠자리채로 잡으려는데 개구리가 혀를 날름날름거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저게 뭐지?’ 하면서 자세히 보니 뱀이 머리만 구멍에서 내밀고 혀를 낼림거리고 있는거더군요.
몰랐으면 그냥 손으로 잡을 뻔 한 거였습니다.
원래 개구리가 많은 곳에 뱀도 많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마주한 건 처음이라 바로 작은엄마랑 동네 삼촌을 불러다가 그자리에서 잡았습니다.
배가 빨간 밀뱀이었는데 독은 없지만 그래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잡아갔었습니다.
뱀을 보고나서는 좀 무서워서 개구리를 잡으러 막 발밑도 잘 안보이는 수풀 속은 안들어가게 되었습니다.
5. 겨울이면 비료포대를 들고 썰매타기
시골은 놀 수 있는게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여름이면 물놀이, 겨울이면 썰매타기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썰매는 최대한 언덕으로 올라가서 타는데 타는 포인트는 몇군데 있었습니다.
일단 산으로 올라가기 전에 다들 비료포대를 하나씩 가져갑니다.
그리고 그 안에 지푸라기를 채워주는데 만약에 지푸라기없이 그냥 타면 궁댕이 다 쪼개집니다.
바닥에 뭐라도 뾰족하게 올라와있으면 그냥 갈리는겁니다.
그리고 쿠션감을 위해서라도 지푸라기는 넉넉하게 채웠었고 이제 산으로 올라가서 가장 나이가 많은 형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길을 만들어줍니다.
어른들이 다니는 길에 썰매를 타버리면 미끄러워서 못다니니 사람들이 겨울에 안다니는 길에서만 타야했습니다.
매번 겨울마다 타는곳이 있어서 이제 거기로 형들이 먼저 앞장을 서서가고 위에 올라가서 먼저 썰매를 탑니다.
한명이 썰매를 타고 내려가면 길이 생기기 때문에 그 뒤에 타는 사람들은 그 길로 내려가면 되는겁니다.
재밌게 탈 수 있는 긴 언덕포인트를 찾아서 겨울이면 매번 썰매를 타곤 했는데 그렇게 놀다가 집으로 들어오면 바지는 다 젖고 손은 오들오들 떨면서도 재밌었다고 다들 신이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이제 집으로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보면서 잠을 잡니다ㅎ
시골살이는 항상 요런식의 일상이 반복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스마트폰도 없고 티비도 채널이 몇개 없어서 심심했겠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아이들이 이렇게 놀 수 없어서 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