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만해도 대한민국에는 인형뽑기 열풍이 불었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뽑기방이 생기고 다들 지나가면서 한번씩 뽑고 그랬을 겁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집게에 힘이 있었는데 돈이 안되서 그런건지 인형을 채우기가 귀찮아서 그랬는지 어느 순간 잡는 힘을 아예 다 빼놓더군요.
놓는 위치도 전구간으로 설정해놓고 주작으로 장사를 하는 샵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기계를 조작하여 힘을 풀로 올리고 놓는 위치없이 끝까지 들고가는 방식으로 인형을 털어간 일당도 뉴스에 나온적이 있습니다.
조이스틱으로 특정 패턴을 입력하면 알아서 셋팅이 바뀌는 방식인데 그렇게 풀파워로 만들고 돈을 넣어서 인형을 싹 쓸어 간 겁니다.
해당 뽑기방 주인이 경찰에 업무방해인가 절도인가 뭐 그런걸로 신고해서 뉴스에까지 나왔었는데 결국은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고 말았습니다.
2017년에 있었던 일인데 20대 남성 2명이 대전의 인형뽑기방을 돌며 싹쓸이를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2시간동안 인형 200여개를 뽑아갔다고 하던데 경찰추산으로 대략 2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뽑아갔다고 밝혔습니다.
36초당 1개씩 뽑은셈이니 엄청 열심히 털어간 모양입니다.
근데 인형 200개를 뽑으려면 일단 200번의 코인이 있어야하고 1코인당 1천원은 필요하니 거의 17만원 정도는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1만원을 넣으면 12판을 할 수 있으니 대충 계산하면 그렇게 되겠네요.
아무튼 인형이 한개당 1만원정도 한다는 계산인데 솔직히 인형이 그렇게 비싸진 않죠.
싸게 떼오면 개당 1500원짜리도 있고 2~3천원짜리도 있는데 무슨 만원짜리 인형을 가득 쌓아놨다고 거짓말을 하는건지…참;;;
어쨌거나 인형을 털었던 젊은이들은 정당한 기술로 뽑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때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그 젊은이를 지지하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샵에서 인형을 쉽게 못뽑아가도록 기본값을 변경하는건 괜찮고 뽑는 사람들이 기본값을 해제해서 뽑아가는건 절도인거냐며 다들 이제는 인형같은거 뽑으러 다니면 안되겠다고 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작에 너무 환멸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많았던터라 털어간 젊은이들이 도리어 의적과 같은 취급을 받았던 겁니다.
그리고 뉴스에 자세한 내용이 올라오고나서 더 분위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젊은이들은 잡는 족족 뽑아간 것도 아니고 1만원을 넣어서 3~8차례 정도만 성공을 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는 잘뽑는 사람들이 그냥 뽑아갈 수 있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텐데 그걸 신고한 주인은 무슨 생각인건지 참 지금 생각해도 바보같아보입니다.
저도 그때 사건 이후로는 인형같은건 뽑으면 안되겠다 괘씸하다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그 이후로 동네에 있는 샵들은 슬슬 외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다가 한번 뽑을법도 한데 저거 다 주작이라고 누군가 얘기하면 돈 아깝다고 뽑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인형의 인기가 시들시들해갈 무렵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규어!!!
전국에 갑자기 피규어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아이템들도 대대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1. 인형보다는 돈이 되는 물건으로
전국의 변화과정을 모르니 제가 겪었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도 대형인형같은거 뽑는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보이면 일단은 돈을 쓰곤 했었는데 어느날 동네에 피규어를 뽑는 샵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잡화도 같이 들어있어서 괜히 한번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솔직히 피규어 같은건 딱히 모으는 취미도 없고 좋아하지 않지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고 돈으로 거래가 되다보니 이게 또 한번 전국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원피스나 드래곤볼 피규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뽑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박스 자체를 뽑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엔 꿀망이 나오고 랩핑까지도 등장을 했습니다.
박스를 그냥 들어올리는 건 미끌미끌해서 어려웠지만 꿀망은 잘 끼우면 한번에도 나오니 초보들도 접근하기가 쉬웠습니다.
대신 요령을 모르면 초보들은 많이 뽑는게 어렵죠.
랩핑은 고수용 셋팅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것도 전문적으로 뽑으러 다니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손맛이 좋다고 합니다.
인형이야 쌓아두면 처분도 어렵고 자리만 차지하지만 피규어는 일단 거래가 된다는 장점이 있고 진열장을 만들어서 수집하는 재미도 주니 많은 뽑기인들의 지갑을 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들고가다가 중간에 놔버리니 주작이니 뭐니 얘기가 나왔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뽑는 방법들이 하나둘씩 공유가 되면서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되파는 용도도 있겠지만 저같은 경우는 뽑는 방법을 배워서 그대로 따라해보고 제 의도대로 뽑힌다는게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이게 내 생각대로 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자 뽑기가 너무 재밌더군요.
처음에는 저도 만원을 넣고 하나도 못뽑고 3만원까지 넣었는데 아무것도 못뽑고 그냥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가품 피규어를 넣은 집앞 뽑기방이었는데 그것도 못뽑아서 부들부들거리며 다시는 안한다 했었죠.
끼우기도 모르고 놓는점도 모를때였는데 이제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면서 다시 연습하고 다른 가게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그러면서 절치부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작 뽑기 하나뿐인데 왜 그리 분했는지 모르겠네요.
그 샵이 주작이 심하긴 했는데 처음부터 제대로 뚜드려맞고 그러다보니 오기가 생겼었나봅니다.
결국 몇번을 더 도전한 끝에 3만원으로 영화티켓 2개를 뽑는 상황까지 오게되었고 점점 더 뽑기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2.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물건들
주작샵에서 가품피규어나 싸구려인형만 보다가 유튜브에서 레진이라는 피규어 뽑는걸 보니 저건 차원이 다르구나 싶더군요.
10만원이 넘는 쵸파레진부터 시작해서 30~40만원대에 육박하는 원피스 레진들을 보는데 나도 저런걸 뽑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저희 동네에도 그런 고가의 제품들을 진열해놓는 샵이 오픈을 했습니다.
10만원대가 넘어가는 고가의 물건들부터는 끼워뽑기나 와리라는 스킬을 필요로 합니다.
저도 와리를 어떻게 치는 줄 몰라서 유튜브로 계속 배우고 혼자 박자도 맞춰보고 그러다가 샵에 가서 실제로 돈을 넣고 테스트를 해봤는데 3만원을 넘게 써도 박자를 잘 못맞추겠더군요.
한 10만원은 쓴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박자가 안맞고 계속 출구통에 걸리길래 나는 안되나보다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튜브를 보다가 와리 방향을 제가 하는거랑 반대로 하는게 보이길래 돈을 들고 또 찾아가서 반대방향으로 해봤는데 방송에서 봤던거랑 똑같은 타이밍에 와리가 잡히더군요.
맨날 출구통에 걸리다가 처음으로 와리가 되니 엄청 신기해서 또 그거 연습한답시고 돈을 엄청 날려먹었습니다.
한번 가면 몇만원씩 쓰고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으니 수업료를 착실하게 털려나간거죠.
하지만 그렇게 낸 수업료가 결국 헛된건 아니었는지 슬슬 와리에 적응하게되고 지우개가 2개 달려있는 나무늘보 인형을 어느날은 제대로 뽑게 됩니다.
지우개 하나를 일부러 출구통 안으로 넣어둔 셋팅이었는데 사장님이 그렇게 해놓은건지 아니면 누군가 지우개 하나만 넘기고 그냥 간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 상황에서 나머지 지우개를 넘기는 영상을 정말 자주 반복해서 봐왔기 때문에 방법은 알고있었고 와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우개 넘기기에 도전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5만원을 들여서 나무늘보를 출구통 안으로 넘기고 맙니다.
상품은 우유초파였는데 대략 해당 피규어가 10만원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때 정말 엄청 신나서 방방 뛰고 나무늘보에서 열쇠 빼는데 막 손이 덜덜 떨리고 그랬었습니다.
그렇게 한번 뽑고나니 자신감이 차서 그 다음부터는 더 어려운 셋팅에도 도전하게되고 또 수업료를 그렇게 지불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내가 낸 수업료는 그대로 실력이 되어 돌아왔고 지금은 닌텐도 스위치나 에어팟 프로, 버즈 라이브 등을 뽑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운이 좋으면 5만원에 버즈 라이브를 뽑고 7만원에 에어팟 프로를 뽑고 하는데 물론 7만원을 쓰고도 아예 못뽑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공치는 일도 줄었고 내가 잘 뽑는 셋팅이 뭔지 파악하고 해당 샵의 취약점이나 절대 못뽑는 셋팅 같은걸 알게되니 점점 제가 이득을 보는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한번 뽑아본 노하우가 있으니 똑같은 셋팅이 나오면 거의 80%는 제 예상대로 되더군요.
그렇게 물건을 뽑아서 직거래로 되팔고 그 돈으로 또 뽑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처음엔 잔고가 점점 줄어들었다가 요즘은 점점 잔고가 채워지고 있습니다.
저한테 털리면 다시 셋팅을 다른걸로 바꿔놓는데 거의 다 해본 셋팅이라서 제가 잘 못뽑는거다 싶으면 그냥 슥 보고 지나갑니다.
그렇게 몇번 지나가고 아무도 손을 안대면 이제 또 다른 셋팅으로 어쩔 수 없이 바꿔놓는데 그게 제 마음에 든다 싶으면 또 뽑아가구요.
오랜기간 못뽑으면 아예 지우개를 하나씩 출구통 안으로 넘겨두기도 하는데 그러면 또 가서 낼름 뽑아먹고 뭐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너무 싼 값에 고가의 물건을 뽑으면 이제 한 몇만원정도는 절대 안뽑히는 셋팅에 도전해서 돈도 어느정도 날려주고 뭐 그런 식으로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돈 날린거랑 요즘에 이득본거랑 계산해보면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템이 슬슬 고가로 바뀌기 시작하니 금방금방 복구는 되더군요.
이제 한 3번정도만 더 뽑으면 대충 손해는 복구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초보자는 손도 못대는 셋팅
예전에는 인형도 있고 단순 피규어들도 많았는데 슬슬 요즘 뽑기방들은 고수용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입니다.
네이버 밴드에 가입해서 적립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알아서 고가의 상품을 가져가는 식으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계 안에 자물쇠뭉치나 테이프뭉치, 블럭뭉치 같은 요상한 것들을 다 넣어두고 그걸 뽑으면 에어팟이나 버즈 라이브, 닌텐도 등등을 직접 가져가라고 하는 곳들입니다.
예전에는 열쇠를 달아놔서 진열장에 들어있는 상품을 가져가게끔 해두더니 요즘은 아예 상품을 위에 올려두고 뽑으면 해당 상품을 가져가라고 해놓고 있습니다.
cctv가 찍고있으니 그냥 가져가면 안된다고 써놓은 건 기본이구요.
대신 전구간이 놓는 셋팅, 와리로만 뽑을 수 있는 셋팅이 대부분이라서 초보분들은 들어와서 둘러보고 이게 뭔가 하고 그냥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초보들이 오면 1만원 안쪽으로만 쓰기 때문에 차라리 한번 와서 5만원 이상 쓰는 중수 이상만 데리고 운영하는 방식인 겁니다.
뽑기의 난이도가 올라간대신 상품의 가격도 올라가니 저같은 사람들은 이제 가다가 한번씩은 꼭 들리게됩니다.
혹시라도 좋은 셋팅이 나왔는지 아니면 누가 뽑다가 포기하고 간게 있는지 한번은 들리게 되더군요.
하나 뽑으면 15~25만원짜리 물건들이 즐비하니 안들릴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게 지나가다가 좋은 셋팅이 있으면 하고 가끔 별로 좋은 셋팅은 아니지만 손이 근질근질하면 또 해보고 그런 상황인데 사장님들도 그런걸 다 노리고 가끔은 좋은 셋팅을 놓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밴드에 오늘 누가 만원에 버즈 라이브를 뽑아갔더라 뭐 이런식으로 흘려주고 하면 이제 단골들로만 샵이 운영이 되는 식입니다.
본인이 샵을 운영하면서 물건을 채워넣기위해 다른 지역의 샵을 다니면서 물건을 털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계를 맨날 테스트하면서 어느정도 실력이 늘어난 상황이니 다니다보면 그 분들도 이건 금방 뽑히겠구나 이런게 보이는거죠.
서로 어디샵이 좋더라 공유하는 카페도 있고 그렇게 지금은 초보들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근데 이게 분명히 단속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인데도 아직까지는 별 문제없이 돌아간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뭔지 아니면 대대적으로 한번 하려고 준비중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대충 이렇다라는 걸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공감 되는 애기가 많이 보이네요..저도 그렇게 뽑기 시작해서..뽑기방을 운영하고 있으니…이제 하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그만해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