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에는 피씨방이 없었기 때문에 오락실이 가장 인기있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어릴땐 백원짜리를 모아서 고심하다가 제일 오래할 수 있는걸로 한판씩 하고왔었는데 부모님들은 그렇게 오락실에 가는걸 싫어하더군요.
게임을 하고있으면 어디선가 등짝맞는 소리가 한번씩 나고 엄마에게 질질 끌려가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저도 한번 당해봤는데 진짜 등짝을 맞을때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집에가서 혼나고 앞으로 다시는 가지 말라는 약속을 했는데도 재밌는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또 약속을 어기고 몰래 가서 게임을 하곤 했었네요.
공원에서 뛰어노는 것도 재밌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것도 재밌었지만 백원을 넣고 오락하는게 너무 재밌어서 학교가 끝나면 진짜 자주 찾아가곤 했었습니다.
용돈을 안받던 시절이어서 심부름값을 모아서 가거나 돈이 없어도 뒤에서 구경만 하기도 했었는데 구경을 했던 이유는 각 게임들의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악당들은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잘하는 형은 보스를 어떻게 공략하는지 등등을 배우러 갔었는데 너무 규모가 작은 곳은 사장님이 구경만 하는걸 싫어했기 때문에 백원짜리가 몇개 있을때 가곤 했습니다.
눈치가 보일때마다 한판씩 하고 또 구경하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때웠었구요.
필살기는 어떻게 쓰는지 계속 구경하면서 배우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찾아가서 직접 해보는 식으로 겜을 했었습니다.
눈으로만 보다가 직접 했는데 승룡권이 나갔을때의 그 쾌감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있었죠.
공부를 잘했다면 시험을 잘봐서 칭찬도 받고 부모님들한테 용돈도 받는 뿌듯함이 있었겠지만 공부와는 담을 쌓았었기 때문에 그런 소소한 재미를 느끼러 다니곤 했습니다.
자주 가다보면 거기에서 만나는 친구가 생기기도 했었는데 서로의 실력을 알다보니 같이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제가 하고있으면 저랑 대결을 하기위해 돈을 넣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제가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위험에 빠져있는데 동전을 넣고 딱 이어주면 정말 고맙기도 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어디서 뭘하며 살고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어린시절을 생각하다가 그때 했던 겜들이 떠올라서 유튜브를 켜고 원코인 영상들을 보고있는데 재밌게 했던 것들은 어떤게 있는지를 한번 글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
대부분 모자쓴 흑인아저씨로 골라서 플레이를 했었는데 운이 좋으면 진짜 오랫동안 백원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게임이었습니다.
부메랑을 던지는 네번째 왕이 좀 어려웠고 세번째 왕은 오토바이를 타고있는 녀석인데 차를 탄 상태에서만 깰 수도 있어서 특히나 재밌어했습니다.
여러명이서 할때는 서로 차를 움직이려고 했기 때문에 제가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하고서는 혼자 차를 운전해서 깨곤 했습니다.
가끔 박자가 안맞아서 못깰때는 다른 졸개들을 처치하고 샷건을 빼앗아서 쏘면 금방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지는 누르고만 있으면 알아서 총알이 나갔는데 총알을 따로 먹어주면 계속 총을 쏠 수 있었습니다.
장총은 총알을 다 쏜 상태에서 잡으면 총구를 거꾸로 잡고 뒤지게 후드려패는데 네번째 부메랑 보스는 장총을 들고 구석에서 후드려패는걸로 쉽게 깨기도 했습니다.
대신 한명이 뒤에서 아무도 못건드리게 커버를 해줘야하는데 몸집이 작은 녀석이 잽싸게 움직이기 때문에 가끔 놓쳐서 다 망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섯번째왕은 체구가 작은 보스인데 박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박사가 쓰러지면 바로 클리어한게 아니라 박치기공룡으로 변신을 하는데 그땐 잡몹들도 많고 박치기도 방어가 안되는 기술이라서 꽤 고전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섯번째 스테이지에서 죽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패턴을 외우기 시작하면서 다섯번째 박치기공룡 보스도 잡게되고 여섯번째판으로 넘어가서 세번이나 기생하여 공룡으로 변신하는 보스도 구석에 몰아넣고 때리는 방법으로 클리어하기도 했었습니다.
잘 걸리면 깨는거고 중간에 풀리면 다같이 죽는거죠ㅋㅋ
거기까지는 그래도 할 만 했는데 가장 어려운 보스는 네번째판의 부메랑보스가 2명이나 나오는 7번째 에피소드였습니다.
제가 했던 오락실에선 3마리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유튜브로 찾아보면 2마리가 나오더군요.
난이도를 일부러 높여놨던 것 같은데 점수를 많이 받아도 보너스가 없고 그래서 더 힘들긴 했었습니다.
겜을 잘 못하는 친구가 항상 먼저 죽고 그 다음에 100원을 이어서 나오면 바주카포를 들고 나왔었는데 그걸로 위기상황을 넘기고 부메랑보스를 처치한 적도 있었습니다.
3마리가 부메랑을 앞뒤로 던져대니 도저히 혼자서는 깨기가 힘들더군요.
아무튼 7번째 스테이지를 깨고 8번째로 넘어가면 거기서 이제 마지막 보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쉽게 끝나지않고 처음엔 다섯번째 스테이지의 보스의 모습으로 나왔다가 그걸 깨면 이제 최종진화형태로 변신을 합니다.
몸집이 일반캐릭터의 2~3배정도로 커지고 피통도 엄청 많아지는데 그 전의 보스들은 주먹을 4대 맞으면 바로 눕는데반해 최종보스는 8대를 맞아야 쓰러집니다.
그러니까 맞는 도중에 반격을 하기도 하고 해서 반드시 3대를 때리고 마지막 한대는 집어던지는 방법으로 때려줘야합니다.
그걸 몰라서 계속 죽으면서 결국은 돈으로 클리어를 하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2. 던전앤드래곤즈2 (개인적으로 최고)
캐딜락을 친구들이랑 했다면 던전앤드래곤즈는 보통 모르는 사람들과 플레이를 했었습니다.
그때 돈을 걸어놓고 하려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했는데 워낙 대기자들이 많아서 인원은 즉석에서 모이기 때문에 딱히 뭔가 팀을 마음대로 짤 수는 없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잘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할 수 있는거고 운이 나쁘면 초보자들과 하다가 팀플이 안맞아서 바로 죽거나 둘 중 하나였죠.
저도 처음에는 남들이 기피하는 초보였지만 계속 구경하면서 패턴을 익히고 보스를 공략하는 방법을 익혀서 나중에는 형들이 같이 하길 원하는 베테랑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마법사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찌르기 한번에 피가 쭉 빠지는 걸 너무 좋아했어서 무적마법을 쓰고 미친듯이 찔러서 보스를 공략하곤 했습니다.
혼자서 할때는 주로 기사를 했었고 라이트닝 반지를 모아서 후반부 보스를 잡는걸 좋아했습니다.
먹깨비처럼 쫗아오는 보스가 있는데 그 녀석은 라이트닝에 피가 쭉쭉 달아서 그걸로 쉽게 잡곤 했었네요.
기사를 하면 중반 이후에 전설의 검이 나오고 그걸 풀기 위해 약점프 후 칼질로 계속 해골모양이 나타나게끔 해야하는데 그걸 일단 풀었다면 뭐 후반부는 수월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전설의 검은 몇번 휘두르면 피가 쭉쭉 달기 때문에 보스를 깨기도 쉽죠.
3. 세이부 컵 축구
얼마전에 고인물게임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tv에서 세이부축구 대결을 했었는데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저도 어릴때 자주 했던 게임이라 다시보니 반가웠는데 저는 잉글랜드 팀을 주로 했었고 친구들끼리 겨룰때는 보통 한국팀으로 많이 골라서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동네에는 백패스를 하면 공키퍼가 공을 굴려야하는 룰이 있었고 무승부면 승부차기로 가지않고 그냥 게임이 같이 끝나도록 셋팅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한명이 일부러 자살골을 넣어서 한명을 살려주는 매너를 지켜야했습니다.
코너로 가서 공을 올리고 헤딩슛으로 골을 넣는 방법이 가장 기본인데 컴퓨터랑 대결을 하면 점점 컴퓨터의 스피드가 빨라졌기 때문에 마지막판은 꽤 어려웠습니다.
어렵더라도 결국은 코너에서 공을 올리고 헤딩으로 골을 넣는게 다 통했기에 그걸로 엔딩을 보곤 했네요.
4. 닌자거북이
초창기에 잠깐 나왔다가 금방 없어진 게임입니다.
이것도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액션이었는데 티비에서 만화로만 보던 닌자거북이가 오락으로 나오니 더 재밌었죠.
이건 딱히 잘했다기보다는 그냥 재밌어했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서 그냥 몰아넣고 패는 기본적인 방식으로 클리어를 했었습니다.
무기로 때리는 기본 공격보다는 점프해서 발로 공격하는 패턴을 주로 사용했었고 양쪽으로 길게 점프를 하며 공격을 피했었던게 기억납니다.
5. 킹오브파이터즈 94~95
이때는 뭐 돈을 참 많이 쓰기도 썼고 각 캐릭터의 기술을 익히느라 연습도 많이 했던 시기였습니다.
대전격투게임이라서 형들이 갑자기 도전을 하면 순간 긴장하던 기억도 나고 얍사비 쓰면 죽이겠다는 협박도 종종 받았던 게임이었습니다.
지들이 쓰면 기술이고 상대방이 쓰면 얍사비라고 했던 기적의 논리를 시전하던 양아치들이 많았는데 나중엔 지 분을 못이기고 몇분동안 협박을 하거나 게임하는 내내 욕을 해대서 결국은 그냥 져주곤 했었습니다.
나중에 오락기 화면을 끄고 나가는 건 예삿일이었기에 그런 놈들은 아예 기억해뒀다가 일단 들어오면 게임을 안하고 뒤에서 구경만 하곤 했었습니다.
맨날 죽이겠네 어쩌겠네 협박을 하던 놈이었는데 결국은 주먹질까지 하는걸 제가 목격했었네요.
6. 닌자베이스볼(야구왕배트맨)
이건 원코인으로 끝판까지 클리어하는게 쉬워서 자주 했던 게임입니다.
보통 초록색을 골라 공중에서 내려찍는 스킬로 쉽게 깨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빨간색이랑 파란색으로 골라서 클리어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노란 뚱뚱이가 가장 힘들었었는데 그걸로도 결국 클리어를 해내긴 했었습니다.
이 게임의 얍사비는 두대때리고 앞으로 또 가서 때리는 식으로 계속 잡는게 있었는데 노하우만 알면 공략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던게 기억납니다.
보스공략만 잘 외워서 하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었는데 저희 학창시절을 오랜기간 함께 했던 게임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네요.
오늘은 어릴때 재밌게 했었던 오락실게임들을 적어봤는데 저랑 비슷하게 했었던 분들도 있었을거고 다른걸 더 좋아한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본인이 재밌게했던 겜들을 한번 나열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