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지낸 시간이 좀 있다보니 거기서도 술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던 시절엔 둘이서만 같이 먹으러 돌아다녔었구요.
그러다가 아는 형님이 생기고 형수님도 생기면서 더 많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친구도 제주도로 놀러왔다가 아예 눌러살게 되면서 뭔가 모르는 동네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니 더 신이나서 놀러다녔네요.
사무실도 구해서 다니고 친구도 자주 만나고 형님네 부부와도 자주 만나고 또 그러다가 만나게 된 사람들도 더 생기면서 여름이면 바닷가 겨울이면 커피마시러 여기저기 다니곤 했습니다.
술마시러 오라고 해서 집까지 찾아갔다가 하룻밤 신세도 지고 오고 그랬네요.
제주는 같은 제주시내에서도 대리운전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에 조천읍까지 가서 술을 마시는데 대리를 불렀더니 거기까진 안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룻밤 신세를 졌던 기억도 있구요.
나중에 갔을땐 다행히 된다고 해서 그때 4만원인가 거의 5만원 가까이 주고 왔네요.
조천에서 아라동까지 오는데 한 21km정도 거리인데 제주는 역시나 비싸다 생각했죠.
그것도 한 5년전 가격인데 말입니다.
얼마전에 시흥에서 남양주까지 60km정도 거리를 오는데 새벽 1시에 불렀는데도 68000원 나온걸 감안하면 진짜 차이가 많이 나네요.
카카오대리가 제주에서도 적용이 되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는 항상 이용하던 대리운전이 있었습니다.
차타고 가서 항상 술마시고 대리를 불러서 오느라 길거리에 뿌린 돈도 참 많았네요.
뭐 어쨌거나 그럴려고 제주도를 갔던거라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 다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가끔 술안주삼아 얘기를 하곤 하네요.
저는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는 뭔가 야외 탁 트인 곳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지금도 그런데 저희 집 앞에 있는 치킨집이 여름만 되면 테이블을 야외에 놓고 장사를 해서 생맥주를 마시러 종종 가곤 합니다.
어제도 저녁대신 생맥 3잔 마시고 올라왔는데 그때 제주에서 있었던 얘기들을 오랜만에 꺼내고보니 몇군데 생각나는데가 있어서 오늘은 이를 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래 적는 장소들은 제가 5년전에 갔던 곳들이기 때문에 지금은 없어진 곳도 있고 방식이 바뀐 곳도 있습니다.
그냥 그때는 그랬구나 정도로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1. 아라동 편의점
제주도에 갔을때 가장 오랜기간 머물렀던 동네가 바로 아라동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고 빌라촌만 한창 생기던 시절에 아라동으로 이사를 갔었는데 그때 큰 길쪽 우체국 맞은편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앞에 야외자리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여름이면 항상 거기에 가서 맥주를 마셨었습니다.
마시다보면 길냥이들이 찾아와서 간식거리도 좀 던져주고 그랬었습니다.
봄가을에도 종종 갔었고 마시다가 너무 추우면 이제 집으로 들어와서 또 마시고 그랬네요.
그 근처에 있는 스페샬이라는 술집에서도 맥주 진짜 많이 팔아줬었는데 한번 가면 안주 하나 시키고 생맥주로만 10만원 넘게 팔아주곤 했습니다.
삘받은 날이면 20만원 가까이 나오기도 했으니 맥주는 진짜 많이 마셨네요.
지금 나온 배가 그때 마신 맥주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 큰 길쪽에 나와서 술을 마실때 생겼던 고기집이 아라돼지였고 그쪽에 상춘재라고 음식 잘하는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상춘재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더군요.
잉꼬식당에는 냄새 안나는 내장탕이 좋아서 몇번 갔었고 거기 김치찌개도 잘했었는데 식당을 새로 리모델링하고 나서는 못가봤습니다.
그렇게 아라동이 하나둘씩 변하고 있을때 마침 동네 안쪽에도 편의점이 하나 생겼었습니다.
아라민물장어집에서 위로 쭉 올라오면 공영주차장이 있고 그 바로 옆에 생긴 편의점이었는데 거기에도 테이블이 3개정도 있어서 그쪽으로 이제 매일 출근하곤 했습니다.
마트는 탐나마트랑 아라U마트를 갔었는데 처음에 탐나마트만 있을땐 거기로 갔다가 아라U마트가 생기고나서는 아라U마트로 더 자주 갔었네요.
지금은 왜 그랬는지 다 잊어버렸지만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품목이 거기에 많았거나 아니면 더 저렴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2. 동한두기 방파제 횟집거리
여기는 제가 제주도에 가서 처음 사람들을 사귀고나서 갔었던 곳입니다.
남들 회식하는데 눈치없이 끼어서 같이 놀았는데 그때는 동한두기에 여름이 되면 방파제 쪽으로 좌판을 쫙 깔아서 야외테이블을 만들어서 장사를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여름에 먹어야 하는 건 단연 한치인데 그때도 가격은 비쌌었습니다.
한접시에 3만원인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가격보다도 일단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맞으면서 술을 마신다는게 좋았죠.
야외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주를 마시는데 한치회도 맛있고 백숙도 푸짐하니 그 뒤로는 한달에 2번이상은 갔었습니다.
지인들이 놀러오면 무조건 데리고갔고 부모님이 오셨을때도 같이 갔었습니다.
친구가 한명 왔을땐 아주 거기서 정신이 빠질 정도로 술을 마셔서 거의 아라동까지 기어갔었네요;;
그렇게 마시다가 육지로 올라오기 전에도 한번 갔었는데 그때부터는 야외테이블을 설치하는게 불법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허가가 안났다던가 하는 이유로 여름에도 설치를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횟집에 들어가서 먹어야한다고 들었네요.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좋은 풍경이었는데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여름에 제주도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3. 이호테우해변 여름 포차
이호테우는 제주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 해변인데 여름이 되면 청년회인가 어딘가에서 야외테이블을 설치해서 장사를 합니다.
파라솔자리가 있고 넓은 평상자리가 있어서 여럿이 가면 평상에 앉아서 먹곤 했습니다.
이런곳에 가면 흔히들 바가지요금을 걱정하시는데 백숙을 시키면 그냥저냥 무난한 느낌으로 드실 수 있구요.
한치회는 어딜가나 비싸니 여기서도 그냥 비싸구나하고 먹었습니다.
동한두기도 그랬지만 여기도 백숙이랑 한치회를 먹긴 했네요.
하지만 백숙은 동한두기가 잘하고 여기는 그냥 간단한 수준입니다.
대신 바로 앞 해변에서 술을 마시는거라 술 마시다가 잠깐 바닷가에 발 담그고 와서 또 마시고 그랬었네요.
이호테우해변은 노형동에 살땐 자전거를 타고 아침마다 갔었습니다.
노형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딱 1시간정도 걸렸는데 살을 뺀답시고 그렇게 왔다갔다했었네요.
근데 와서 또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그랬으니 살은 빠지지도 않고 오히려 더 쪘습니다;;
4. 제주시청 앞 편의점
저는 주로 편의점을 좋아했습니다.
그 이유는 역시나 캔맥주의 가격이 저렴하고 안주도 싸게 편의점에서 해결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야외에서 먹는걸 좋아해서 처음엔 아라동에서만 먹다가 나중에는 먹을 수 있는 다른 동네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제주시청에는 앞에 야외테이블이 넓게 자리잡은 편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청 정문에서 아래로 쭉 내려가다보면 나오는 곳인데 여름이면 거기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습니다.
지금도 똑같이 운영되는진 모르겠네요.
그 편의점에 가면 즉석식품들도 많고 맥주도 바로바로 채워져있어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가기전에 2차 혹은 3차로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모기에 뜯겨가면서도 거기서 술마시고 이제 어느정도 취하면 앞에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아라동으로 올라갔죠.
주로 아라동에 있을때 술을 많이 마시러 다녔나봅니다ㅋ
5. 용담해안도로 편의점
여기는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처음 봤었고 그 다음에 바람쐬러 갔다가 잠깐 들렸었습니다.
바닷가 바로 앞 해안도로에 있는데 테이블이 많아서 나중에 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했었죠.
그러던 어느날인가 밖에서 술이나 마시자는 얘기가 나와서 제가 거기 한번 가보자고 앞장을 섰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차를 타고 가서 운전하는 형만 빼고 다 맥주를 마셨었네요.
여럿이 술을 마시면 1차로 끝나는 법이 없죠.
거기서 마시고 동한두기에 있는 한 술집에 가서 2차로 와인을 마셨었습니다.
1차를 간단하게 시작했는데 2차를 복잡하게 끝냈네요.
제주도는 좋은게 사방이 바닷가라서 그냥 노상에서 앉아있어도 경치가 좋고 야외테이블만 갖춰지면 술이 저절로 들어갑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탑동에 가서 바람쐬다가 저녁에 술마시고 가끔은 대낮부터 막걸리를 마셔서 저녁에 이미 만취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막걸리는 뭔가 마실때 부담이 없어서 술술 잘 들어가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합니다.
장수막걸리랑은 다르게 약간 가벼운 느낌이라 별 생각없이 더 많이 마시게되지만 도수는 그렇게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도땅콩막걸리는 마실만하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별로 안마셨네요.
아, 참고로 우도땅콩막걸리는 시장에서 파는것보다 탑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사는게 더 쌉니다.
탑동 오션스위츠제주호텔 1층에 보면 편의점에 있는데 거기가 더 싸게 팔더군요.
이게 왜 그런가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막걸리 종류가 다른거였네요.
어떤게 원조인진 모르겠는데 두가지 종류가 있어서 그 편의점에서 파는게 좀 더 싸다고 들었습니다.
맛은 뭐 비슷비슷해서 뭐가 다른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조만간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시 제주도에 놀러가려고 하는데 가면 꼭 먹고싶은것들을 다 먹고오려고 합니다ㅎ
빨리 코로나가 잠잠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