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20살이 되었을때 즐겨들었던 노래 4곡

서울에서 수원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교통카드가 있던 시절이 아니고 노란 지하철티켓을 매표소에서 구매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매표소 앞에 아치형으로 뚫린 구멍에다가 행선지를 얘기하고 돈을 넣으면 알아서 잔돈과 표를 휙~ 하고 밀어줬었습니다.

동전을 주섬주섬 잘 챙겨서 집에 넣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곤 했죠.

나중에 무인매표소가 들어서긴 했지만 초반에만 하더라도 어색해서 무인매표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생들한테만 그런건지 뭔지 1만원짜리를 사면 대략 1천원가량의 할인이 되는 티켓을 구매해서 쓰고 다녔습니다.

잔액이 알아서 빠져나가더가 마지막에 100원이 남아있더라도 그걸로는 한번을 더 쓸 수 있는 개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항상 만원짜리 티켓을 사서 썼습니다.

그때만 해도 수원역은 정말 허름했고 지하철은 삼발이가 돌아가는 형식으로 통과가 됐습니다.

수원역에서 나가는 출구는 하나였고 위에서 아래로 계단이 쭉 있어서 그쪽으로 내려오면 이제 대학교 버스들을 타려고 줄을 선 학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틈에 껴서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집에서 수원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이었고 스쿨버스를 타는 시간까지 더하면 왕복 3시간은 길바닥에 뿌리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깝긴 했지만 뭐 어쩔 수 없죠..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을텐데 그런 생각은 안했습니다.

어차피 열심히 하지도 못했을거고 나름 최선을 다한게 이거여서 후회는 없었습니다ㅎ

저는 정말로 공부머리가 아니었으니까요.

고3때 학교에서 저녁 11시까지 야자를 하고 아침 0교시에 맞춰서 학교에가고 그랬었는데도 못했으면 말 다한거 아닐까요?

집중을 못한 탓도 있지만 원래 집중을 못하는 머리여서 지금 당장 과거로 돌아간다해도 공부는 못할 겁니다.

아무튼 지하철을 타고 버스도 타고 그렇게 긴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했지만 책은 절대로 못읽었습니다.

버스에서 책을 보면 멀미가 나서 오래 못보겠더군요.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기가 민망하고 사람들이 많으니 잘 집중도 안되고 그래서 주로 음악을 들으며 다녔습니다.

오래된 8090음악을 테이프로 듣고다니던 시절인데 어제 생맥주집에 갔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이 나오니 갑자기 20대 초반 생각이 나더군요.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닐때 생각도 나고 풋풋하던 기억들이 나서 잠시나마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때 그런 음악들을 들었었지 생각도 들었는데 오늘은 그 당시에 듣고다녔던 음악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1. 김상민 – you

제가 제 돈을 주고 처음으로 구매했던 테이프였습니다.

티비에 잠시 나왔는데도 그 목소리가 너무 강렬해서 잊을 수 없더군요.

돈 없던 대학생 시절에 문득 테이프를 사고싶다는 생각에 사서 듣고 계속 빠져서 듣고다녔습니다.

테이프를 듣다보면 중간에 꼬이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러면 꼬이는 부분까지도 다 감안해서 듣곤 합니다.

여기가 끊기는 부분이지 하면서 노래방에 가서도 그 생각을 할 정도죠.

가끔 방향이 비슷한 친구가 버스에서 옆자리에 타면 뭘 듣냐고 물어볼때마다 김상민이라고 아는지 물어보고 앨범 중에 타이틀이랑 또 다른 곡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눈이 동그래지면서 이거 누구냐고 묻곤 했는데 뭔가 제가 한 것처럼 뿌듯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정말 대단한 가수라고 생각했는데 가요계에서는 딱히 큰 대접을 받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슈가맨에도 나오고 복면가왕에도 나와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복면가왕에 나와서 막귀들에 의해 떨어졌을땐 너무 허무하더군요;;

2. 비와 당신의 이야기 – 부활

8090노래만 모아놓은 테이프가 당시에 집에 있어서 그걸 주워서 듣고다녔었습니다.

미스미스터 – 널 위한거야, 조정현 – 슬픈바다, 변진섭 – 새들처럼, 최호섭 – 세월이가면, 바람꽃 – 비와외로움 이런 노래들을 들으며 지하철을 탔었습니다.

오전수업이 있으면 학교갈때 귀찮은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없기 때문에 1시간을 서서 가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신도림쪽에서 자리가 나면 잽싸게 앉아서 갔었죠.

신도림과 구로를 지날때 자리가 없으면 거의 금정까지는 서서가야했습니다.

오후수업이 있으면 늦게 가니까 지하철에 사람도 없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면 이제 풍경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서 가는 겁니다.

오후에 잠깐 수업을 들으면 이제 끝이니 친구들이랑 소주나 마셔야겠다 하면서 부푼 가슴을 안고 학교에 가는 겁니다ㅎ

아무튼 그렇게 노래를 듣다보면 뭔가 강렬한 곡이 하나씩 튀어나오는데 그게 바로 부활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였습니다.

목소리를 긁는 자극적인 소리가 참 인상적이었고 그걸 들으면서 이렇게 노래부르는 사람은 정말 마초같은 남자일 것이다라고 속으로 생각만 했었습니다.

덩치가 크고 막 헤비메탈하면서 피어싱하고 그럴 것 같은 목소리였으니까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김태원씨더군요.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부활의 김태원씨가 그런 거친 목소리를 낸건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승철씨가 부른 곡보다 김태원씨 버전의 노래가 더 좋았습니다.

어릴때부터 그 거친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김태원씨가 훨씬 좋았습니다.

뭔가 쪄들어가는 느낌도 나고 하는게 귀에 확 꽂혔지 이승철씨의 고운 목소리는 너무 무난했네요.

노래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기타소리도 진짜 대박이었죠.

그 우울한 감정을 끌어올려서 지하철의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멍때리고 있다보면 어느샌가 지하철은 수원역에 도착해있곤 했습니다.

그러면 그날 저녁은 무조건 소주를 마시는거고 그렇게 수원역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취한 상태로 들어가면서도 또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곤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운 청춘의 대표곡이라 해도 될 것 같네요ㅎ

개인적으로 ‘그날의 애으절하안~ 너르을~~’ 이 부분을 좋아했고 그 뒤에 김태원 형님이 등장한 모든 가사를 다 좋아했습니다.

3. 포지션 – i love you

동네 당구장을 다닐때 위를 올려보면 티비에서 최신 뮤직비디오를 계속 틀어놓곤 했었습니다.

당구는 주로 동네 형들이랑 쳤는데 평일은 학교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형들이랑 당구를 치곤 했습니다.

내기당구를 쳐서 지는 팀이 술을 쏘는 식이었고 그때 자주 나오던 뮤직비디오가 바로 포지션의 ‘I LOVE YOU’ 였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뮤직비디오를 거의 영화처럼 엄청난 스케일로 찍는게 유행이었습니다.

짧은 한 편의 영화처럼 나오곤 했었고 그게 절정을 즈음에 포지션의 뮤비가 나왔었습니다.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차승원, 신하균, 이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했었고 노래가 정말 좋아서 당구장에 뮤비가 나올때면 다들 같이 따라서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이요원에 빠져서 보고있으면 니 차롄데 안치냐고 쿠사리를 먹곤 했었네요ㅎ

나중에 알고보니 원곡이 일본곡이라고 하던데 원곡도 좋아서 같이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포지션의 노래를 들으면 그때 갔었던 당구장도 생각나고 다같이 가서 술마셨던 술집도 생각이 납니다.

자주가던 술집은 모두 없어졌고 그 당시의 당구장도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추억만은 남아서 오랜시간 제 머릿속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네요.

4. lonely night – 부활

이 노래는 고등학교때부터 좋아했었습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신나는 리듬으로 노래가 시작되고 음도 무진장 높죠.

바로 박완규씨가 부활의 보컬로 있을때 나왔던 노래이고 노래방에서 정말 자주 부르곤 했습니다.

노래방 전용 곡이라 생각하며 고음으로 쭉쭉 부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곤 했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래를 제대로 소화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냥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더라도 이 노래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여자애들이 없을때만 친구들끼리 불렀었습니다.

그러고보면 부활이 정말 대단한 그룹이구나 싶고 김태원 님은 천재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노래방도 정말 자주 다녔는데 특유의 쿰쿰한 냄새나는 쇼파에 앉아서 부르고 싶었던 곡을 엄청 예약하고 나면 이제 음료수를 앞에서 뽑아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주변에 다 전화를 해서 놀러오라고 하고 몇번방인지를 알려줍니다.

맨날 가는 노래방은 이모님이라 부르며 저희를 잘 아시니 손님들이 없는 시기엔 서비스를 많이 넣어달라고 안해도 미친듯이 시간을 넣어주셨습니다.

대략 5시쯤 들어가서 1시간을 예약하면 서비스로 1시간30분까지 계속 추가를 해주시니 나오면 어느덧 컴컴해진 저녁이 되어있고 그러면 이제 나가서 술을 마셨습니다.

거의 그런 패턴으로 놀면서 맨날 뭐 새로운 거 없나 하면서 취해가곤 했습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고 당장에 뭐 취직을 할 것도 아니니 졸업전까지는 그런식으로 시간을 때우곤 했습니다.

술도 뭔가 할 게 없으니 마셨던 느낌이고 진짜 허무하게 살았네요.

진짜 그때는 좋아하는 노래도 많았고 최신가요도 다 알았는데 지금은 엠넷을 봐도 아는 노래가 없으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네요.

오늘은 문득 생각나는 노래 몇가지에 대해서 한번 적어봤는데 여러분들의 최애곡이나 갑자기 생각나는 노래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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