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할때 스마트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면 벌써부터 불안해집니다.
폰이 없으면 약속시간을 맞추는 것도 어렵고 친구가 얼마나 왔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카톡도 못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멀뚱멀뚱 서있어야하고 약속장소에서 기다릴때도 딱히 할 게 없습니다.
특히나 기나긴 출퇴근시간을 가만히 서서 가야하니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학교에서 끝나고 집에 가면 다들 PC를 켜지만 그런게 없는 시절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을 겁니다.
유선방송이 있는것도 아니니 티비편성표를 신문에서 보고 오늘 뭐 재밌는게 하는지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시간까지 다 체크를 해서 이제 딱 기다리고 있는데 아부지가 사람은 뉴스를 봐야한다며 뉴스를 틀어버리면 입이 댓발은 튀어나와서 맨날 보고싶은것도 못본다고 하소연하곤 했었죠ㅎ
토요일이면 토요명화와 주말의명화 쌍두마차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은 무슨 영화가 하는지 보는 재미로 살았습니다.
한때는 출근할때 메트로 같은 무료신문을 나눠준 적도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막 활성화되지가 않았던 시기라서 다들 신문을 보면서 출근을 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침에 지하철에 타서 또 그 신문을 수거해서 폐지로 모아 팔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에는 아예 그런게 없어져버렸습니다.
아이들도 어릴땐 무조건 뛰어다니고 동네에서 공차고 삼삼오오 모여서 딱지도 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다들 학원다니기 바쁘죠.
정말 많은게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오늘은 추억의 놀이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땅따먹기 혹은 사방치기
저희는 땅따먹기라고 불렀는데 땅따먹기라는 놀이에도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숫자를 1부터 8까지 써놓은 그림을 그리고 돌을 맞는 숫자에 던져서 한발로 뛰어갔다가 돌을 수거해서 돌아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마 이게 가장 많이 즐기던 놀이였지않을까 싶은데 다른 하나는 돌을 자기 구역에서 3번 튀겨서 갔다가 돌아오는 만큼 땅을 넓혀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번째가 제일 재밌었는데 오락실에 있는 게임을 따라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땅이 작아서 되돌아오는게 어렵지만 땅이 커지면 커질수록 되돌아오는게 쉬워져서 잘하는 친구만 계속 잘하게되는 그런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숫자를 1~8까지 적어놓고 하는 땅따먹기는 동네마다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꼭 그걸 담당해서 그렸습니다.
숫자 1~2는 바로 앞에 사각형으로 그리고 3~6은 사각형안에 X를 그려서 동서남북으로 숫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가장 끝이 7~8이었고 1단부터 차례차례 8단까지 다 공략하면 나중에 본인이 숫자를 차지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뒤돌아서 돌을 던지고 거기에 해당하는 구역을 본인이 소유하는 방식이라 먼저 공략하는 친구가 더 유리했었습니다.
중간에 방해도 들어오고 금을 밟았는지 다들 뒤에서 눈에 불을켜고 지켜보기 때문에 먼저 공략하는게 참 힘들었던 게임입니다.
잘 굴러가지 않는 돌을 가져오는게 포인트고 한발로 중심을 잘 잡는게 중요한 게임이라 하겠습니다.
2. 다방구 혹은 술래잡기
‘사과하면 나오고 배하면 나오지마라!’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놀이입니다.
저희 동네만 이런 말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술래가 가까이 다가가면 배배 하고 술래가 멀어지면 사과사과 이런식으로 힌트를 줘서 빨리 뛰어나오게 했었습니다.
동네에 전봇대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서 항상 놀이를 했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술래를 맡고 전봇대에서 눈을 감고 숫자를 셉니다.
그리고나서 한명씩 찾아나서기 시작하는데 술래에게 잡힌 사람은 전봇대로 와서 손을 대고 있어야합니다.
처음 사람은 전봇대에 손을 대고 있고 그 다음 사람부터는 서로서로 손을 잡고 길게 섭니다.
그러다가 술래가 발견하지 않은 사람이 몰래 나와서 줄을 끊어주면 다 풀려나는거구요.
반대로 술래가 모두 다 발견해서 잡으면 술래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 한사람이 또 술래를 맡게되는 놀이였습니다.
오랜만에 생각을 하려니까 이게 맞는지 약간 헷갈리는 부분도 있네요ㅋ
3. 나이먹기
동네에 있는 큰 전봇대를 가지고 했던 또 하나의 게임은 바로 나이먹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똑같이 5살씩 시작을 하는데 5살짜리 친구 2명이 모이면 10살이 됩니다.
그렇게 둘이 손을 잡고 5살짜리 상대편을 터치하면 둘이서 5살씩 먹는 게임이었습니다.
서로 나이가 똑같은 상황이면 누가 치던 상관없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5살을 먹었습니다.
5살 단위로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상대편이 가위바위보를 잘해서 나이가 많아지면 이제 상대방의 전봇대로 슬금슬금 와서 공략을 하기 시작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기지를 정해놓고 하는 게임이고 보통 전봇대를 서로의 기지로 정하지만 전봇대가 하나뿐이라면 다른 사물을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나이가 적으면 바깥에 나갔다가 나이가 많은 친구에게 잡힐 수 있으니 전봇대 근처에서 수비만 하고있구요.
나이가 적더라도 전봇대를 잡고서 상대방을 터치하면 나이를 뺏어올 수 있었습니다.
둘셋이 짝을 지어서 다니기도 하고 혼자서 나이를 많이 올려서 의기양양하게 다니기도 했던 게임인데 이게 은근히 재밌어서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4. 가끔있는 이벤트 소독차
소독차는 모기가 들끓기 전 시즌에 동네마다 한번씩 지나갑니다.
차 뒤에다가 소득연기를 내뿜는 기계를 달고 동네를 지나다니는데 그 연기를 아이들이 막 따라가는 놀이였습니다.
정기적인 놀이가 아니라 일종의 이벤트 성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왜 따라가냐고 물으신다면 뿌연 연기를 뚫고 달리는 묘한 정신상태를 즐기기 위함이라 표현할 수 있겠네요.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환각파티인 셈입니다.
그렇게 연기를 쫓아서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져서 다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뭔가를 밟고서 쭉 미끄러졌는데 일어나보니 개똥을 밟은게 발목에서 엉덩이까지 쭉 자국이 남아서 집까지 울면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또 응댕이 때리면서 뭘하다가 이러고 다니냐고 혼나고 맨날 그러고 놀았죠 뭐ㅋ
5. 고무동력기 날리기
매 시즌만 되면 고무동력기를 만들어서 오래날리기 대회를 했었습니다.
모두 다 만드는게 아니고 만들고 싶은 친구들만 만들어서 날리는거였는데 저는 한번도 못 만들어 봤습니다.
다 만들어야하는게 아니니 사달라고 하기가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집에 어느정도 여유가 되는 친구들만의 놀이였던 기억이 납니다.
고무동력기 앞에 있는 프로펠라를 막 돌리면 거기에 연결된 고무줄이 엄청나게 꼬입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막 팽팽하게 있는 상태에서 날리면 이제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고무동력기가 높이 높이 날아가는 원리입니다.
프로펠러가 없는 건 글라이더라고 했는데 그렇게 두가지 종류의 비행기를 종목별로 날렸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을 기록하고 오래날리기를 하면 진짜 바람을 잘 탄 경우 거의 1분 가까이 난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면 날리는 방법도 따로 있더군요.
앞으로 하는게 아니라 윗쪽으로 날려야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천천히 바람을 타고 다니면서 내려온다고 들었습니다.
6. 지우개따먹기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지우개는 정해져있습니다.
제품도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한 것 같은데 티쳐라고 해서 선생님들이 그려진 직사각형의 지우개가 가장 일반적인 아이템이었습니다.
그 외엔 점보라는 이름이 기억나는군요.
그리고 코스모스라고 하는 엄청 큰 지우개가 최고였고 작은걸로 코스모스를 이기면 진짜 교실 전체에 함성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지우개따먹기를 하는 방법은 서로 자신의 지우개가 상대방의 지우개 뒤로 살짝 올라가기만 하면 원이고 그렇게 두번째 올라가면 투, 마지막으로 세번째 올리면 쓰리가 되며 이기게 됩니다.
아예 상대방 지우개의 위로 완전히 올라간 상황을 K.O라고 해서 한판승으로 인정했었는데 그때 따로 부르는 용어가 기억이 안나네요.
완빵?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었는데 생각이 안나는군요;;
어쨌거나 그때는 이기는 사람이 실제로 지우개를 가져갔지만 지우개가 많아봤자 거추장스럽기만 해서 나중에는 다 돌려주곤 했었습니다.
7. 실뜨기
실 하나만 있어도 한동안은 놀 수 있는 게임이 바로 실뜨기입니다.
이 게임의 끝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몇가지 공식만 외워서 했었습니다.
실이 손에서 풀어지면 끝나는거지만 어쨌거나 모양을 유지하고만 있으면 끝나지가 않으니 어떻게든 계속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가로로 잡고있으면 세로로 쭉 찢는 방법도 있었고 새끼손가락을 교차로 걸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뒤집는 뭐 그런 방법으로 하기도 했네요.
이 게임의 끝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나중에 유튜브로 검색해보면 나올라나 모르겠네요.
그 외에도 진짜 많은 놀이들이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판치기가 대유행을 했었는데 대신 쉬는시간에 하다가 걸리면 선생님들한테 혼나고 끌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누가 몰래 망을 보고 한쪽 구석에서 하곤 했습니다.
길거리에서 하는 놀이 중에서는 얼음땡도 있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있고 고무줄놀이도 했었네요.
그 외에도 진짜 많은 놀이가 있었는데 다음에 또 생각이 나면 다시 한번 정리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