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끓여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을까?

다른 음식은 못해도 대부분 라면은 직접 끓여먹을 줄 압니다.

어릴때도 가장 먼저 배운 음식이고 혼자서 집에 있을때 뭐 딱히 먹을게 없으면 그냥 찬장에서 하나 꺼내서 끓여먹곤 했습니다.

집에 계란이 있으면 무조건 넣어먹었는데 계란은 영양가를 추가하는 의미로 넣어서 안풀고 그대로 먹었습니다.

노른자랑 흰자가 덩어리져서 떠올라있으면 그것부터 먼저 건져먹었구요.

냉동실에 뭔가 넣을게 있으면 먼저 물을 끓을때 넣거나 아니면 면을 넣을때 같이 넣어서 먹곤 했습니다.

보통 오뎅이나 만두, 떡국떡 등이 같이 넣어먹는 토핑이었네요.

한때는 라면을 질리게 자주 먹은적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일주일정도 안먹으면 또 생각나는 마성의 메뉴입니다.

마트에서 싸게 팔때는 개당 300원대에 팔기도 하니 가성비는 진짜 최고구요.

먹고도 배가 고프면 나중에 찬밥을 말아먹으면 개꿀입니다.

저는 항상 라면 국물까지 싹 비우는 편이고 보통때는 밥을 말아먹지 않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그 국물을 다 마시는게 더 좋더군요.

라면은 물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어릴때 살던 집에서는 딱 적당한 물그릇이 있어서 그걸 눈대중으로 맞춰서 하나 부으면 딱 적당했습니다.

그릇을 바꾸고나서는 그거랑 가장 비슷한 크기를 찾아서 끓였고 나중에는 라면냄비를 사서 거기에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맨날 끓이는 냄비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물 양을 대충 맞추는 편이고 2개이상 끓일때는 무조건 물을 적게 붓습니다.

물이 너무 많다 싶으면 한없이 계속 끓여버리고 나중에 면을 넣기도 합니다.

저는 끓일때 스프먼저 넣는 스타일인데 2개이상 끓일때는 스프먼저 넣고 간을 보다가 대충 맞겠다 싶을때 면을 넣어서 먹습니다.

국물이 제대로 우러나야한다는 스타일이라서요ㅎ

배가 엄청 고플때는 2개도 끓여먹는데 요즘은 양이 줄어서 2개를 먹으면 소화가 너무 안되더군요.

토핑을 너무 많이 넣어도 마찬가지라서 적당적당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양을 더하면 과연 몇 봉이나 먹었을까 그것도 궁금하고 라면에 얽힌 여러가지 사연들도 참 많은데요.

오늘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추억들을 떠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1. 행군 도중에 먹는 라면

또 라면하면 군대를 빼먹을 수 없죠.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을때는 훈련소에서 행군하고 중간에 쉴때 나눠줬던 육개장컵라면이었습니다.

봉지라면도 아니고 작은 컵라면일 뿐인데 그때는 너무 맛있어서 진짜 국물까지 싹싹 비웠네요.

5주차인가 훈련소 거의 마지막차에 행군을 하게되는데 일단 군장을 FM으로 싸야하고 그렇게 무거운 걸 매고 오래 걸었던 적은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군장을 맬때는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무겁긴 하지만 뭐 걷는건 자신이 있었으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1시간이 지나자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2~3시간이 지날때는 이거 과연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싶고 중간에 위기도 많았지만 다들 쓰러지지 않는 걸 보고 저도 그냥 따라갔었습니다.

처음 신교대에서 출발할때는 바깥공기도 쐬고 여자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시골길로 들어서서 걷다보니 너무 힘들더군요.

그때부터는 아무 생각없이 걷기 시작했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에 넓은 공터에 중대별로 모여앉아서 인원체크를 하고 드디어 라면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훈련소에서 아예 먹지 못했던게 라면이었기 때문에 일단 반가웠고 날씨가 추워서 국물이 너무 먹고싶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육개장을 받아들고 먹는데 몸은 힘들지 라면은 너무 맛있지 그냥 이대로 푹 잤으면 좋겠다 싶고 일단은 좋았습니다.

몸이 싹 풀리는게 더 걸을 수 있겠구나 싶더군요.

초코바도 받았던 것 같은데 그렇게 열량 높은 간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부대까지 걸어갔었습니다.

그리고 자대에 배치되기 전까지는 라면을 못 먹다가 자대에 배치받고 야간에 사수랑 같이 근무를 섰더니 갑자기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요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왜 그런가 했는데 뽀글이 먹어봤냐고 하면서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오짬이랑 짜파게티 뽀글이를 만들어줬는데 부대에서 처음으로 먹는 봉지라면이라 정말 신기하고 또 맛있었습니다.

끓인 라면이랑 똑같은 맛이 나고 면도 다 익어있고 진짜 신기하더군요.

그 이후부터 뭐 뽀글이를 거의 비타민처럼 매일 하나씩 복용하다시피 했는데 그렇게 먹어대도 군대에서는 전혀 살이 찌지 않았네요.

매일 움직이고 일찍 일어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그랬었겠죠?

2. 술취해서 오는길에 먹는 해장라면

사회초년생일때 영업직을 하느라 거의 기본급만으로 생활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적은 기본급은 대부분 저녁에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느라 다 써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올때면 차가 끊겨서 꽤 먼 거리를 걸어와야했습니다.

너무 춥거나 힘든 날이면 가끔 택시를 타기도 했지만 보통은 택시를 타지 않고 계속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까이 오기전에 있는 김밥천국에서 항상 해장라면을 한그릇 먹곤 했습니다.

치즈라면이나 해장라면을 먹는데 얼큰한 해장라면을 한그릇 먹으면 술도 깨고 배도 든든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3. 야자시간에 잠깐 내려와서 먹는 라면

지금도 고등학생들은 야자를 하나요?

저희때만 하더라도 고등학생이 되면 도시락을 2개 싸들고 다니며 저녁에는 야간자율학습을 했습니다.

고3때는 정규수업이 끝나고나서 저녁밥을 먹고 저녁 11시까지 야자를 하다가 집에 가곤 했는데요.

저녁을 먹는 시간 외에 7시20분인가 8시인가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잠깐 20분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대충 8시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창때여서 그랬는지 돌아서면 금방 배가 고플때였습니다.

8시정도 되면 슬슬 배가 고파지니 그때 식당에서 컵라면이랑 햄버거, 치킨 뭐 그런걸 팔았습니다.

잠깐 파는거라서 일찍 뛰어가야했고 20분내에 거기까지 갔다가 먹고 들어와야하니 거의 전쟁이나 다름이 없었죠.

자율학습시간에도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종이 울리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갔다가 컵라면에 햄버거 세트로 딱 먹고 들어오면 진짜 배도 든든하고 졸음도 쏟아져서 자다가 걸려 맞곤 했는데요ㅋ

그 조합이 좋아서 지금도 컵라면에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같이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마요네즈가 들어간 햄버거였는데 그거랑 라면이 어찌나 잘어울리던지 지금까지도 그때 먹었던 컵라면은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원래 그 식당에서 끓인 라면도 점심에 팔았었는데 잠깐 팔다가 어느날 없어졌더군요.

왜 없어졌는진 모르겠지만 학교식당에서 팔던 그 라면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때는 라면에 단무지를 줬고 김치는 없었는데 그렇게 먹던 습관이 남아서 그런가 저는 지금도 라면을 단무지랑 먹는걸 좋아합니다.

김치에 먹는것보다 오히려 단무지에 먹는게 더 잘 어울리더군요.

4. 게임하다가 늦게 먹는 점심 라면

군대를 전역하고 날짜가 안맞아서 거의 1년 가까이 쉰 적이 있습니다.

복학을 해야하는데 바로 안되서 내년까지 기다린 겁니다.

1년을 쉬면서 잠시 아버지 일도 도와드리고 그랬지만 전역한 직후에는 거의 놀았습니다.

한동안은 맨날 술마시러 다니고 낮에는 게임하고 그게 일과표였네요.

낮에 게임하다가 저녁에 술마시고 들어와서 또 다음날 낮까지 퍼질러자다가 일어나서 게임하고 저녁에 술약속이 없으면 아예 새벽까지 게임을 했습니다.

밤새하다가 부모님이 출근하려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PC를 끄곤 했었는데요.

낮에 일어나서 또 게임을 하다보면 오후 3~4시쯤 출출할 타이밍이 옵니다.

아침부터 한끼를 안먹었으니 당연히 배가 고픈거죠.

그러면 이제 냉장고를 슥 열어보고 뭐 먹을게 없으면 라면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엠탐을 하면서 그렇게 끓인 라면을 먹고 아니면 마을에 캐릭을 세워놓고 화면을 보면서 막 먹고 그랬습니다.

배가 딱 고플때 맞춰서 먹으면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싹 먹을 수 있었습니다^^

5. 새벽에 출출해서 끓여먹는 라면

이거는 부모님이 집에 안들어오실때 아무도 없을때여야 합니다.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일때 일찍 자기는 그렇고 영화나 몇 편 때리자 하면서 보다가 새벽에 좀 출출하면 그때가 타이밍입니다.

라면을 끓여가지고 옛날상에 딱 올려놓고 영화를 보면서 이제 먹는 겁니다.

뭘 먹을때는 처음보는 영화를 봐선 안되고 이미 수십차례나 돌려본 영화를 봐야합니다.

처음보는 영화는 대사를 놓치는 장면이 너무 많으니 이미 잘 알고있는 걸 봐야하며 웃긴 장면에서 같이 낄낄 웃으면서 먹는게 포인트입니다ㅎ

지금도 가끔 새벽에 출출하면 하나 먹을까 하고서 쌀국수나 컵라면 물을 받곤 하는데 그때만큼 맛있진 않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6. 물놀이하고 난 후에 먹는 라면

진짜 맛있게 먹었던 것 중에 하나는 물놀이를 하고서 바로 먹었던 라면이었습니다.

수영을 하면 금방 체력이 고갈되는데 그렇게 놀다가 기어올라와서 바로 라면 큰 냄비에 끓여서 퍼먹으면 진짜 맛있습니다.

그때는 꼭 여럿이 같이 먹어야하고 올라오자마자 바로 먹어야합니다.

친척들끼리 모여서 먹기도 하고 나중엔 친구들이랑 계곡 앞 민박집을 빌려서 직접 만든 매운탕에 소주도 마시고 그렇게 놀았는데 그때가 그립습니다.

이놈의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어딜 놀러가든 할텐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

장사도 안되고 언능 끝나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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