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먹는 안주들도 바뀝니다.
한창 젊을땐 땡주막이라고 소주를 100원에 파는 술집이 있어서 거기만 매번 가곤 했습니다.
소세지 야채볶음이나 마른오징어 같은걸 맨날 시켜놓고 거의 술 위주로 마셨습니다.
돈이 없으니까 아무거나 되는데로 시켜먹었고 맨날 똑같은 안주들인 오뎅탕에 마른안주, 소세지 뭐 이런것들을 주구장창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주 3가지에 12,000원인 술집을 거의 단골로 다녔고 가끔 형들을 만나면 사주는거 얻어먹고 담배심부름 해주고 뭐 그랬었네요.
20대 초반에는 안주를 가리지 않았고 돈이 되는데로 맞춰서 먹었습니다.
수원에 해리피아도 자주 갔었는데 여럿이서 먹으면 일단 모이는 돈은 많으니 뭔가 여러가지 안주를 두고 먹을 수 있죠.
그것땜에 한번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싸움이 난 적이 있었는데 문제를 일으킨 녀석을 모임에서 빼고나니 아주 깔끔하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때 해리피아에서 술을 일정금액 이상 먹으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줬었고 그걸 모아서 양주도 먹을 수 있었는데요.
단체로 모여서 술을 마시니 항상 금액대가 높아서 금방 모이곤 했는데 그걸 누가 먹었는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모으긴 했는데 먹은 사람은 항상 없더군요ㅎ
그렇게 맨날 학교 끝나고 술을 마시다가 서로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 만나는 장소도 바뀌고 먹는 안주도 달라졌습니다.
20대 초중반까지는 싼 안주를 먹었다면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이제 슬슬 맛있는 걸 먹는걸로 바뀌었구요.
생전 처음 접하는 참치회도 그때부터 먹기 시작했던 게 기억납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소주를 마시면서 잘 어울렸던 안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니 재미삼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 닭도리탕
처음엔 수원에서 다들 만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숙대 근처에서 자주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야 뭐 집에서 가까우니까 편했지만 집에서 먼 친구들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다들 버스 시간에 맞춰서 술을 먹었지만 진짜 술이 많이 땡기는 날은 아예 방을 잡고서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술을 사들고 방에 들어가서 먹기도 했고 각자 방을 여러개 잡아서 새벽까지 술을 먹고 들어가서 잤다가 다음날 일어나서 또 근처에 놀다가 저녁에 술을 먹고 헤어졌던 적도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재웠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놀 수가 없으니 그때 놀았던 기억이 참 고맙고 좋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도 못할거고 그렇게 놀지도 못할테니까요.
그 당시에 저희가 자주 가던 아지트가 하나 있었는데 남영동에 까치네라는 닭도리탕집 입니다.
굉장히 허름한 입구지만 들어가보면 안에 방도 있고 사람들도 항상 바글바글했던 곳이었습니다.
까치네에 가면 항상 시키는게 닭도리탕이랑 계란범벅인데 그 외에 돈이 있는날엔 오징어덮채도 시켜먹곤 했습니다.
덮채는 부유한 날에 먹을 수 있는 안주였고 돈이 없을땐 무조건 닭도리탕에 범벅이 기본코스였죠.
그렇게 1차를 먹고 2차로 간단하게 또 소주를 마시러 이동했던게 기억납니다.
까치네의 닭도리탕은 엄청 크고 깊은 냄비에 한가득 나오는데 떡이 많이 들어있어서 배를 채우기에 좋습니다.
국물도 많아서 소주 마시고 국물 떠먹으면 딱 좋았구요.
기본안주로 나오는 양배추샐러드도 첫 잔을 비우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다 먹고나면 볶음밥도 하트모양으로 만들어줬었는데 지금도 그렇게 만들어주시는진 모르겠네요.
일단은 걸죽한 국물과 떡으로 안주를 삼고 닭도 여럿이서 한두조각씩 사이좋게 나눠먹으면서 1차로 배를 채우고 술도 채웠던 고마운 장소였습니다.
배고프던 시절 옆 테이블이 거의 손도 안대고 먹다가 남긴 제육덮채가 있었는데 그걸 저희가 먹던 오징어덮채에 그대로 부어서 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남영동에서 멀지 않은 서부역 부근에 또 닭도리탕으로 유명한 곳이 한군데 있는데요.
거기는 닭꼬치가 진짜배기여서 사람들이 막 줄을 서서 먹는 곳입니다.
호수집이라는 곳인데 가게 입구에서 사장님이 연탄불에다가 생닭꼬치를 직접 구우던 시절이었고 재수가 없으면 큰 뼈가 들어간 닭꼬치를 받게되는 곳입니다ㅋㅋ
직접 생닭을 꼬치에 꿰어서 구워주셨는데 1인당 주문할 수 있는 꼬치가 2개까지였던가 그랬습니다.
소주에는 닭도리탕이 진짜 잘 어울리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2. 술국
남영동에서 친구랑 한창 술을 자주 마시던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대학때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던 시기가 아니라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부터는 프랜차이즈 술집말고 동네에 유명한 맛집들을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남영동의 뒷골목을 헤매다가 우연히 찾게된 순대국집이 엄청 맛있어서 그 이후로 이른 오후에 술을 마시러 종종 들르곤 했었습니다.
둘이서 소주에다가 순대국을 시키면 서로 밥도 먹어야하고 그러니까 술국을 하나 시켜서 소주를 마셨었는데요.
술국을 엄청 푸짐하게 주시고 안에 들어있는 순대도 예사롭지가 않아서 뭐 이런 보석같은 곳이 있나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곳이 어느날 착한식당으로 티비에 나오게되면서 금방 유명해졌더군요.
먹거리 X파일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 가게를 옮기게 되서 지금은 남영역에 본투비마늘치킨호프 바로 옆에 있는 골목 안에서 장사를 하신다고 하네요.
레인보우호텔 들어가는 골목안에 있던데 가게를 옮긴 뒤에는 한번도 못가봐서 참 아쉽습니다.
어릴땐 술국이 뭔지 잘 몰라서 못 시켰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소주마실때마다 술국을 자주 시켜서 먹었습니다.
순대국은 뚝배기에 나오지만 이 집의 술국은 가스버너에 계속 끓여먹을 수 있었고 국물도 굉장히 많고 내용물도 푸짐하게 들어있어서 진짜 좋았습니다.
감자탕은 손을 써야해서 귀찮지만 술국은 그런거없이 수저로 푹푹 퍼먹으면 되니까 특히나 좋아했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자주 갔었습니다.
여기서 술국을 먹기 시작하면서 다른집도 술국을 한번씩 먹어봤지만 뚝배기에 나오고 순대국 2개 시키는 것보다 더 양이 부실해서 그 뒤로는 술국을 잘 안먹습니다.
다음에 친구랑 남영동에서 만날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요 집의 이름은 원조제일어버이순대 입니다.
3. 돼지껍데기
이번에도 남영동 맛집이네요.
남영동에는 돼지껍데기 맛집이 여러 곳 있습니다.
첫번째는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쌍대포인데 여기는 영화에서 소주 한 잔 하는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맛보다는 가게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갔었죠.
예전에는 종종 갔었는데 가격이 은근 쎄고 그래서 잘 안가게 된 곳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포대포라는 집인데 여기는 미녀와 야수라는 컨셉으로 티비에도 자주 나왔다고 합니다.
미녀 사모님과 야수 사장님이 장사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저는 여기랑 인연이 아니었는지 딱 1번밖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친구가 거의 다 먹을때에 도착해서 잠깐 맛만 보고 나왔기에 잘 기억도 안납니다.
세번째는 제가 가장 좋아했고 단골이었던 곳으로 진대포라는 집입니다.
남영동의 돼지껍데기집들은 대부분 대포라는 이름을 썼는데 제가 기억하는 3대포가 바로 쌍대포, 포대포, 진대포입니다.
그 중에서저는 진대포의 스타일을 가장 좋아했고 껍데기에 양념을 푸욱 담갔다가 구워먹으면 쫄깃쫄깃한게 진짜로 맛있습니다.
항상 사장님이 서비스도 좋고 그래서 지인들이 생기면 여기에 한번씩은 꼭 데려갔는데 다들 맛있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검색해봤더니 지금은 가게자리를 옮기셨던데 지금도 그 식감이 생각나네요.
4. 오향장육
친구네 직장이 영등포에 있어서 그쪽으로 자주 갔었는데 영등포에는 오향장육으로 유명한 집이 대문점과 북창원이 있습니다.
둘 다 오래된 가게들인데 저희는 거기서 대문점을 더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오향장육이 뭔지 몰라서 짠슬이 나와도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이 짠 건 뭐냐 했었는데 고기랑 같이 올려서 먹으니까 간도 딱 맛고 엄청 맛있더군요.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소주도 엄청 차가운 걸로 주셔서 들어가면 일단 소주 2병부터 까고 시작했었습니다.
차가운 소주와 기본 안주로 나오는 끈적한 미역국이 진짜 조화가 좋았습니다.
저 미역국은 중국요리같은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네요.
작은 접시에 오향장육과 오이, 짠슬에 부추절임? 뭐 그런것들을 다 올리고 입에다가 후루룩 넣으면 소주가 절로 들어갔었습니다.
여기서 1차로 먹고 2차로 포차에 가거나 맥주를 마시거나 아니면 또 소주를 마시러 갔다가 차가 끊기기 전에 친구를 보내주고 저도 집으로 들어갔었네요.
어차피 택시를 타고 얼마 안하니 친구부터 보내줬었는데 진짜 기분이 좋은 날은 새벽까지 마시고 막 세상 끝날 것처럼 놀았었는데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5. 공덕 족발골목
공덕에 있는 족발골목은 나오는 구성이 참 흥미롭습니다.
족발을 하나 시키면 순대국이랑 순대가 서비스로 나오는데 더 좋은게 순대국이랑 순대는 무한리필이라는 점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족발을 시켜서 족발보단 순대국 위주로 소주를 마셨습니다.
순대국을 한그릇 다 먹고 더 달라고 하면 또 팔팔 끓는 순대국을 새로 담아주시니 진짜 만족스러웠습니다.
여럿이서 족발 큰 거 하나 시켜서 같이 먹고 인원이 많으면 2개로 나눠서 시켜먹곤 했는데요.
여기서 술을 마시면 뜨거운 순대국 국물에 소주를 마시다가 또 족발을 싸먹다가 하면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친구들이랑 가다가 나중엔 대학때 친구들도 데려가고 그랬었는데 나중에 회사에서도 회식으로 여길 왔었습니다.
진짜 가게도 넓고 그랬는데 회사에서 회식을 하니까 2층에 자리도 내어주시더군요.
2층은 처음 올라갔었는데 옛날 전통시장 느낌도 나고 화장실로 갈때도 완전 예전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은 뭐 약간 지저분한 곳은 젊은 친구들이 기피하니 여기를 좋아할지 안좋아할진 모르겠습니다만 지갑이 얇을때 배도 채우고 술도 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6. 모듬회 혹은 참치회
맨날 육고기만 먹다가 가끔 한번씩은 회가 땡길때 있습니다.
와사비간장에 우럭이나 광어를 탁 찍어서 씹어먹는 그 맛이 땡길때가 있죠.
동네에 우럭이랑 광어 모듬회로 2만5천원짜리 하나를 주문하면 기본 밑반찬으로 오뎅탕에 연두부에 콘치즈에 뭐 이런 것들이 쭉 깔렸었구요.
밑반찬이 많아서 더 좋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우럭에 광어만 먹다가 처음 참치회를 먹던 순간에 그 놀람은 진짜 대단했습니다.
참치는 저가형 무한리필집이 있고 1인당 최소 2만5천원하는 집이 있었는데요.
저는 처음에 저가형 무한리필집을 처음 갔었습니다.
1인당 1만원만 내면 참치를 무한리필로 주고 기본 밑반찬이 쫙 깔려서 그 맛에 다녔는데 한번 가면 김을 4~5봉은 해치웠을 겁니다.
참치도 그만큼 많이 먹었는데 그렇게 싼 집만 가다가 어느날 1인당 2만5천원짜리 집을 갔었는데 맨날 2~3차로 다니면서 돈 쓰지 말고 그냥 여기서 뽕을 뽑자 하면서 들어갔습니다.
실장님이 앞에서 참치를 썰어주시고 거기 앞에 앉아서 술을 먹는데 진짜 술이 술술 들어가더군요.
우럭이나 광어만 먹다가 참치를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게 세상 이런 안주가 있구나 이런 음식도 다 있구나 하면서 놀랐었습니다.
지금은 혼마구로 아까미와 주도로를 좋아해서 초밥집에 가도 그런거 위주로 먹는데 처음 참치를 먹을땐 진짜 신세계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소주 도둑들이 득시글한 대한민국… 참 좋죠^^
그 외에 닭한마리와 삼겹살, 조개찜 등등 아주 좋은 안주들이 많이 있는데 오늘 생각나는 여섯가지는 딱 요렇게 있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다음에는 오늘 적지 못했던 다른 안주들에 대해서도 한번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