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거든 교동법주는 꼭 한번 드셔보세요

나이가 들면서 술을 점점 못마시는 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진짜 술을 좋아하고 잘 마셨습니다.

그땐 안주 상관없이 가리지 않고 진짜 잘 마셨었고 노상에서 소주도 자주 깠었습니다.

골목길 저희가 자주 가는 으슥한 곳에서 새우깡 같은거 한 봉 사가지고 종이컵에다가 마시거나 겨울엔 그냥 깡소주를 마신 기억도 납니다.

뭐가 그렇게 술이 좋았는지 지금도 잘 이해는 안가지만 현실에 불만은 많은데 무엇 하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라서 맨날 술이나 마셨던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해야하니까요.

돈이 만원이라도 생기면 술을 마셨고 부족하면 길바닥에서 마시고 누가 사준다고 하면 멀리까지도 나가서 먹고 그랬었습니다.

술을 가장 많이 마셨던 시기는 대학에 갓 들어갔을때였는데 선배가 술집에서 일을 하던 시기라 진짜 일주일에 3일 이상은 거기에서 마셨었습니다.

공짜로 마신 건 아니고 각출해서 돈을 내긴 했으나 많이 부족하긴 했죠.

선배가 거의 꽁술을 사주다시피 한 건데 사장이 없을때 가서 각출한 돈을 내고 얻어먹고 막차를 타고서 집으로 돌아오는게 일상이었습니다.

마지막 지하철 시간을 보고 맨날 뛰어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가 군대를 갔다와서 전역 후 다시 복학을 했을때 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서 맨날 노원까지 가서 1인에 1800원인가 하는 고기집에 가고 2차로 땡주막에 가서 술을 마시고 막차를 타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 고기집은 삼겹살이 아닌 약간 뻑뻑한 고기였는데 그것도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땡주막은 소주를 1병에 100원을 내고 마시는 술집이었는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면 안 믿더군요ㅎ

안주 하나를 시킬때마다 소주를 3병까지 마실 수 있어서 안주 저렴한 거 하나 시키고 소주를 300원에 3병 마시곤 했습니다.

그렇게 마시다가 30대 중반이 되고 점점 숙취가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아예 소주를 못 마시겠더군요.

그 이후부터는 소주는 중요한 날에만 가끔 마시고 맥주 아니면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얼마전 경주에 갔을때 교동법주를 마시고는 꽤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동법주는 경주의 최부자집에서 대대로 이어져오는 술이라고 하는데 맛은 약간 달달한 청주같은 느낌이고 대신 도수가 17도라 술마시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소주랑 비슷한 도수인데 진짜 목넘김이며 맛이며 이런게 진짜 술이구나 싶었습니다.

재밌는 건 소주를 마실땐 1병반을 마시면 다음날 숙취도 꽤 있고 2병을 마시면 거의 점심까지도 일어나지 못하는데 교동법주는 900ml짜리를 하나 나눠서 다 마셨음에도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났습니다.

소주로 치면 1병반을 마신건데 거기에다가 맥주를 피처 1개반을 마셨음에도 멀쩡해서 신기했습니다.

숙취가 없는 술이라고 하더니 진짜로 그런가봅니다.

숙취가 없다는 술을 살면서 많이 마셔봤으나 다른 건 다 가짜였고 교동법주는 찐이었습니다.

맛도 좋고 도수도 나름 높은 편이고 다 좋지만 한가지 문제는 가격!

물론, 양주에 비하면 뭐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도수를 따지면 부담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요.

교촌마을에 직접 가서 구매했는데 겉포장을 종이로 해놓은 건 1병에 3만5천원이고 나무박스로 포장해놓은 건 4만원이라고 합니다.

2병 세트는 7만5천원인데 온라인으로 배송도 된다고 해서 나중에 먹어보고 맛있으면 선물로 보내드려야겠다 생각하고 마신 것도 있습니다.

추석이니까 선물로 술 보내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아서 일단 저희가 마셔본 건데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숙취도 없고 술 마실때 기분도 좋아서 2병짜리 세트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보니까 제주도나 산골이 아니면 무료배송을 해주네요.

7만5원짜리만 그런건지 4만원짜리도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료배송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직 드셔보시지 않았다면 인터넷으로 한번 주문해서 드셔보세요.

냉장보관이고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 되는 술이라 받으면 바로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시면 됩니다.

이번에 보내드리려고 주소를 알려달라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내일은 꼭 받아서 일단 주문해놔야겠습니다.


(블로그 관련 문의는 아래 댓글에 남겨주시면 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