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시골에서 생활했다가 도시로 나와서 살게된 케이스입니다.
넓은 마당이 좋고 더우면 멱을 감을 수 있는 강가가 좋고 가끔씩 산에 오르는 것도 좋아합니다.
도시에서는 넓은 집에서 살 수가 없어서 처음엔 방1개가 있는 오래된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투룸으로 옮기고 그렇게 점점 평수를 늘려왔으며 아파트까지 가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그것도 전세대출을 최대한으로 다 받아서 겨우 들어간거였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느낀건 편리하긴 하지만 뭔가 행복하지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층간소음도 꾸준히 들려오고 무엇보다 아파트는 강아지를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넓은 앞마당에서 강아지들을 풀어놓고 지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전원주택에 대해서 계속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다가 아파트 계약기간이 종료되고 집주인이 집을 내놓아야하기에 갱신이 안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차라리 잘됐다 생각하면서 그때부터는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대성리에도 가보고 가평, 양평에도 가보고 멀리 대천에도 가보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고 결국은 지금 살고있는 집을 계약하게 됩니다.
바로 매매는 혹시라도 후회할까봐 전세로 들어왔는데 아파트랑은 다르게 대출 나오는 문제가 있어서 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여기서 오래 살고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살면서 느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번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집 자체에 대한 문제점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땅을 사서 거기에 집을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아는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괜찮지만 이것도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들이 많을 겁니다.
집을 짓다보면 기간이 계획대로 맞춰지는 것도 아니고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돈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업자를 끼고 집을 지었는데 완전 엉망이 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집이 엉망이되면 하자보수를 요청하겠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대충 때우고 나몰라라 하기도 하며 아예 연락두절이 되기도 합니다.
소송을 하면 일이 금방 해결되겠지 생각할 수 있는데 소송도 기간이 오래걸리고 그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집주인이 입어야합니다.
얼마전에 지은 집인데 비가오면 물이 샌다거나 한쪽 벽에 금이 간다거나 난장판으로 짓는 집들 많습니다.
이거는 신축으로 지은집도 마찬가지인데 날림공사로 집만 여기저기 지어놓고 좋게 포장해서 비싸게 파는 부동산업자들이 전국에 너무 많습니다.
앞마당 이쁘게 꾸며놓고 잘 지어진 집처럼 포장해서 팔지만 겨울이되면 집이 너무 추워서 난방비 폭탄이 나오거나 곰팡이가 슬거나 단점투성이인 집에 살게되면 당연히 아파트살이가 그리워질 겁니다.
괜히 내려와서 이 고생을 하는구나 하면서 부부싸움도 잦아질 거구요.
그렇기 때문에 전원주택에서 살려면 일단 집을 잘 알아야합니다.
집보는 방법부터 어떤 집을 고르면 안되는지 본인이 준전문가가 되어야합니다.
경량목구조, 스틸하우스, 철근콘크리트, ALC 등 집의 골조에 따라서 모두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시공전문가가 모두 다르고 단열도 다르기에 이를 잘 알아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희는 현재 집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세자금인데 다음 세입자가 안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갱신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들어오려는 수요가 많은게 아니라서 저희가 나가버리면 회전이 안되는 겁니다.
전세금을 받으려면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하는데 집을 내놔도 보러오는 사람이 많지가 않으니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나갈것도 아니고 현재 집값이 너무 올라버려서 어디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지만 나중에 나가야할때를 생각하면 이것도 잘 판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집은 단순히 판매를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있고 본인이 살기위해서 지은 집이 있습니다.
두가지가 있다면 가장 좋은건 당연히 살기위해서 지은 집이 좋습니다.
단순히 팔기 위해서 짓는 집들은 피해야합니다.
요즘에 전원주택단지라고 해서 통으로 건축주가 다 지어놓고 파는 곳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비슷하지만 반대로 단지를 목적으로 된 대지를 각자가 분양받아서 자기 스타일대로 설계하고 지은 곳도 있습니다.
집 모양이 각각 다른 단지는 한번에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런곳에서 사는게 좋습니다.
2. 조용한 곳에서 편히 쉬고싶다?
마당딸린 집에서 따땃한 햇볕을 맞으며 커피마시는 일상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친듯이 자라는 잔디와 잡초를 그냥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잔디는 물을 안주면 금방 잡초에 잡아먹히고 길어진 잔디를 잘라주지 않으면 번져나가지도 않습니다.
제때에 깎아줘야하는데 잡초는 또 중간중간 손으로 뽑아줘야하고 어디서 씨가 날아오는건지 이상한 풀들이 진짜 미친듯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은 관리를 안하면 집이 상하게됩니다.
가꿔주는만큼 달라진다고 하는데 꾸준히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집도 빨리 낡고 주변도 굉장히 금방 더러워집니다.
깔끔하게 주변 환경을 치우는게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해야하는거고 매일매일 관리를 해줘야 할 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내가 마당딸린 집에서 산다고 하면 우선 주말마다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전원주택에 살면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시골에서 살다보면 알겠지만 배민이나 요기요 이런 어플을 못씁니다.
배달되는데도 거의 치킨이나 족발, 중국집 정도까지만이고 이것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음식준비를 직접 해야하고 나중에 그릇 설거지를 하려면 한숨부터 나올 겁니다.
자고가면 다음날 음식까지도 준비해야하는데 저희도 처음에는 예쁜 그릇에다가 다 내어주다가 지금은 일회용 그릇으로 다 바꿔버렸습니다.
술도 채워놔야하고 다른 음료나 마실거리도 준비하고 따로 시켜먹을게 없으니까 메인음식과 사이드, 그리고 후식에 다음날 해장음식까지도 다 준비를 해야합니다.
누군가 놀러온다고 하면 이제 대형마트까지가서 장을 보고오는데 그 시간과 비용도 무시못합니다.
물론, 사람이 찾아오는게 싫으냐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서 살다보면 사람이 그립고 술자리가 그립습니다.
내가 왜 그렇게 회식을 싫어했을까 생각도 들고 너무 술자리가 갖고 싶어서 내가 사람을 막 부릅니다.
사람과 같이 즐겁게 술마시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이를 준비하는 비용과 뒷처리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의미입니다.
3. 벌레를 극도로 싫어한다면
저는 벌레에 대해서 그닥 혐오감이 없는데 와이프가 정말 벌레를 싫어했습니다.
지금은 나방도 맨손으로 때려잡는 달인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거의 쳐다도 못 볼 정도로 무서워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면 이런 벌레는 일상이라고 봐야합니다.
아무리 집을 잘 지어도 벌레가 들어오는건 막을 수 없구요.
돈벌레가 막 기어다니는 것은 애교로 봐야합니다.
집게벌레나 바퀴벌레, 나방이 막 날아다니고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저희는 지네도 몇 번 봤습니다.
그나마 돈벌레는 해충의 알을 먹어서 저는 절대로 안건드리는데 와이프는 무조건 잡더군요.
이불에서 나온 경우도 있고 벽에 기어다니는 경우도 있고 그러는데 딱히 저한테 피해만 안주면 저는 그냥 놔둡니다.
지네같은건 피해를 주니까 잡는거구요.
겨울만 빼고 그 외의 계절에는 곤충들이 날라드는건 그냥 일상으로 생각해야합니다.
4. 주변환경과 감가상각
도시에 살때는 바로 옆집 사람의 얼굴도 잘 몰랐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랑 똑같은 층을 누르는 사람이 있으면 그제서야 옆집 사람이구나 하면서 인사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게되면 마을 이장님도 알게되고 동네사람들을 많이 알게됩니다.
그러면서 다들 친하게 지내야하니 내가 얼굴을 더 비추고 인사도 자주하고 다가가는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입니다.
동네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기면 손해보는 건 외지인이기 때문에 더 주의를 해야합니다.
그게 싫어서 타운하우스형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반대로 또 옆집 소음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 동네 안에서의 파벌도 신경써야합니다.
맨날 손님들이 찾아와서 술마시고 소리지르는 집도 있습니다.
환경은 동네마다 다르니 그 부분을 잘 눈여겨봐야하는데 근처에 축사가 있는것도 모르고 덜컥 계약을 하신분도 있습니다.
겨울이라 몰랐는데 여름이 되고 날씨가 풀리니까 냄새가 엄청나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농사짓는 계절에는 당연히 농약을 치니 그 근처에 집이 있다면 창문도 못 열고 살 수 있습니다.
바닷가 근처에 사는 분들은 습한 환경에 적응하셔야하고 바닷바람에도 적응해야합니다.
주변환경이 어떤가는 필수로 체크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방향은 분명히 남향인데 앞에 큰 언덕이 있어서 하루종일 해가 안들어가는 집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집값이 가장 큰 걱정인데 시골에서 살면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입니다.
감가상각이라고 해서 내가 집에 투자하면 이게 올라야하는데 오히려 시골집들은 가격이 떨어집니다.
팔기도 어려울뿐더러 가격도 계속 떨어지기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기가 힘듭니다.
똑같은 돈으로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산 친구는 3배가 올랐는데 나는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는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단순히 기분을 떠나서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그리고 노후대비 측면에서도 뭐하나 이루어진게 없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