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살던 집은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판잣집이라 따로 부엌에 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설거지를 하려면 공동수돗가까지 설거지할 것들을 큰 다라이에 넣고 그걸 들고가서 설거지를 하고 올라와야했습니다.
퐁퐁을 미리 다라이에 풀어넣고 수돗가에 가져가서 설거지를 하고 들고왔고 겨울에는 너무 추우니까 따뜻한 물을 다라이에 부어서 수돗물이랑 섞어서 설거지를 했었습니다.
부엌에는 가스렌지만 있고 따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가끔 라면을 끓여먹고 싶으면 따로 떠놓은 물로 끓여먹었습니다.
양동이로 물을 떠다놓고 그걸로 요리를 해먹었으며 라면을 먹다가 국물이 남으면 어디 버릴데가 없으니 식사를 하면 거의 잔반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게 습관이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면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다 먹어치우곤 했으니 라면국물을 남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살았으니 짜파게티 같은 걸 끓여먹으려면 당연히 중간에 물을 버리지 않고 졸여서 먹는 방법을 터득했었습니다.
중간에 물을 버리려고 수돗가까지 나갈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라면 하나 끓이는 물의 절반보다 아주 약간 많게 해서 일단 면이랑 건더기스프를 넣고 익혀줍니다.
그리고 면이 어느정도 익으면 그때 나머지 스프랑 올리브유를 넣고 더 졸여서 먹었는데 그렇게 먹으면 면에서 나오는 뿌연 기름성분까지 같이 먹을 수 있어서 더 살찌고 맛있는 짜파게티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짜파게티를 그렇게 해먹었는데 나중에 친구들이랑 민박집에 놀러갔을때 제가 그렇게 스프를 다 넣어버리니까 다들 기겁을 하더군요.
그때는 비빔면을 어떻게 해먹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찬 물에 면을 씻어서 먹지 않고 그냥 뜨거운 채로 비빔장을 넣어서 비벼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을 버리고 수돗가까지 그걸 가져가서 면을 씻을 순 없었으니까요.
수돗가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귀찮고 멀고 오래 걸리니까 그냥 면만 물 조금 넣고 삶았다가 그걸 건져서 비빔장을 뿌려서 비벼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또 비빔면을 뜨겁게 먹는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기겁을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먹는 식습관이 이상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이상하게 먹긴 했구나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고 지금은 당연히 비빔면은 차갑게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짜파게티만은 아직까지도 졸여서 먹고 있는데 물을 따로 버리지 않아도 되니 저는 졸여먹는게 더 편한 것 같습니다.
맛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간편하니 그렇게 먹고 있는데 졸여먹는 게 궁금하신 분들은 일단 물 300ml정도에 면이랑 건더기스프를 넣고 익혀주신 후에 면이 다 익고 물이 많이 졸아들었다면 그때 분말스프랑 올리브유를 넣고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잘 비벼준 뒤 바로 가져가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들은 아예 분말스프를 미리 넣어서 졸인다고 하는데 저는 일단 면부터 잘 익혀준 다음에 물이 많이 졸아들면 그때 분말스프랑 올리브유를 넣어서 볶듯이 비벼먹습니다.
그러면 따로 물을 버리고 먹는 거랑 맛에서 큰 차이가 없고 면도 푹 익어서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