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6번출구에서 시작한 서울둘레길 9코스

어제 비가 오는 날임에도 서울둘레길 9코스 걷기 약속은 그대로 이행을 했습니다.

집에서 나올때는 비가 안 오길래 와이프랑 둘이서 우산을 딱 1개만 챙겼는데 버스를 타고 잠실로 이동하는 와중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M2323 광역급행버스를 타고 갔는데 버스비는 2,800원이 나왔고 잠실광역환승센터(지하)에서 내려서 1007번버스로 환승을 한 후 수서역까지 가는데 비가 엄청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서역 6번출구 앞에서 내려서 일단은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같이 걷기로 한 일행을 만났습니다.

오늘 날씨가 이래서 갈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 한 번 걸어보자고 하길래 일단은 모두 오케이를 했습니다.

저희는 우산을 딱 1개만 챙겨와서 6번출구로 나가는 길에 지하에 있는 상점을 둘러보니 우산을 1개 3천원에 파는 곳이 있길래 거기서 와이프가 쓸 우산을 1개 샀습니다.

각자 우산을 쓰고 6번출구로 나가서 길따라 잠시 걸었더니 오른쪽에 서울둘레길 9코스 대모산입구 계단이 나왔고 그 계단을 올라가면서 둘레길 코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걸었던 9코스는 수서역 6번출구 앞에서부터 시작해서 대모산과 구룡산을 지나 매헌시민의 숲까지 이어지는 10.7km짜리 코스였습니다.

예상 시간은 4시간 50분으로 난이도 상의 어려운 코스였으며 좀 빨리 걸으면 4시간에도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출발을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가다보면 언젠가는 비가 그치겠거니 하면서 올라갔습니다.

대모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맨발로 등산을 하는 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황토길이라 맨발로 등산을 하시는 것 같았고 비가 와서 땅이 질퍽절퍽하면서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쓰느라 더 힘들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계속 발이 미끌거렸고 진흙에 죽 미끄러진 적도 많아서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거기에 한 손은 우산을 들고 걷다보니 팔도 아프고 몸은 젖기 시작하고 신발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오전 11시에 출발해서 1시가 넘었는데도 표지판을 보니 아직 절반도 가지 못한 걸로 나오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계속 비가오고 있어서 딱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어서 잠시 서서 쉬고 물을 마시다가 다시 또 걷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거의 체념하다시피 아무 생각없이 계속 걸었습니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넘어서 드디어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매헌시민의 숲 화장실에서 겨우 씻고 스탬프를 찍으며 둘레길 코스를 마무리했습니다.

스탬프는 네이버에서 검색했을때 매헌시민의숲 입구 옆에 있다고 나와있었는데 거기에는 스탬프 찍는 곳이 없고 시민의숲으로 들어가서 매헌시민의숲 관리사무소까지 걸어가면 그 앞에 바로 나옵니다.

서울둘레길 인증스탬프 찍는 곳이 없어서 한참 찾았는데 매헌시민의 숲 관리사무소까지 걸어가니까 그 앞에 바로 있어서 찍고 나왔습니다.

둘레길을 열심히 걸었으니 이제 내 자신에 대한 보상을 줄 차례였는데 저희는 양재역에서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영동족발을 가서 족발에 막걸리를 한 잔 했습니다.

족발에 막걸리를 먹고 양재역에서 강남역까지 걷다가 원래는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막걸리를 한 잔 해서 그런가 체력도 다시 충전되고 기분도 좋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걸어보자고 해서 강남역을 지나 신논현을 거쳐 반포까지 걷고 다시 잠수교를 지나 용산까지 걸어갔습니다.

용산역까지 가니까 주변은 이미 어두워지고 저녁 8시가 넘어버렸는데 휴대폰을 꺼내서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해보니 5만보가 넘게 찍혀있었습니다ㄷㄷㄷ

거리로는 31km가 이미 넘어있었는데 진짜 오래 걷긴 했더군요.

군대에서 행군한 거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걸었던 것 같은데 용산에서 또 ITX청춘열차를 입석으로 타고 집까지 와서 겨우 샤워하고 제대로 쉴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번 서울둘레길 9코스는 비가 와서 제대로 구경하면서 걷지 못했지만 힘든 구간도 별로 없고 경치가 너무 좋아서 다음에 날씨가 좋을때 다시 와서 걷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먹은 족발도 맛있었지만 그때는 또 다른 맛집을 찾아가보려고 하는데 또 얼마나 맛있는 걸 먹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얻어먹었지만 다음에는 꼭 비싸고 맛있는 걸로 저희가 쏠 생각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