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보니 선택지가 있다는 것과 없는 것에 큰 차이를 느낍니다.
내가 돈이 없을때는 수입산 삼겹살만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해 가끔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나도 소고기를 먹고 싶은데 맨날 수입산 돼지고기만 먹어야하는 현실에 대해 짜증이 나고 지금 먹고 있는 것에 대해 환멸감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돈이 많다면 어떨까요?
돈이 많다고 해서 맨날 비싼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가끔 무한리필집에 가서 수입산 돼지고기를 먹기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똑같은 수입산 삼겹살을 먹는데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거 수입산인데도 맛있다 괜찮다 하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택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에서 나타납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똑같은 선택을 해도 결과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결과를 가르는 것은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자기자신에 대한 짜증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상대방의 삶에 참견하는 것을 엄청 좋아합니다.
적어도 생활환경은 이래야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왜 그렇게 사냐고 일침을 놔야하고 특히나 자기보다 돈이 적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조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곧 진리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나보다 잘 사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일침을 놓지 못 합니다.
어설프게 잘 사는 사람에게는 시기심을 갖지만 자신이 넘볼 수 없는 자산이 있는 사람의 말은 무조건 경청하고 우러러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습성이 자본주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전에 한 커뮤니티에 5인 가족이 월 200만원의 월급으로 행복하게 산다는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비록 돈은 부족하지만 가족끼리 행복하게 사는데 문제는 없다고 글을 올렸더니 그건 행복이 아니라며 지금 당장 불행하다고 말하라는 식의 수많은 비난 댓글들이 달렸었습니다.
살면서 너네 자식들은 한우도 못 먹고 자랄텐데 그게 정상적인 행복한 가정이 맞냐는 식의 조롱도 있었습니다.
한우를 꼭 먹어야 행복한 가정인 것일까요?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그렇다면 자신보다 돈이 적은 사람들은 무조건 다 불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행복이 상대적인 거라면 대한민국에 이재용 회장 빼고 나머지는 다 불행한 인생일까요?
이런 사상이 은연중에 많이 퍼져있는 상황이라 저도 살면서 조심해야겠다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술이 들어가면 꼭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고싶어서 입이 근질거리고 경력이 적은 후배들에게 내 자랑을 하고싶어서 술자리를 자주 갖고 이런 것들이 다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죠.
돈으로 우위를 판단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하는 일입니다.
돈이 항상 많았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돈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할 겁니다.
하지만 돈이 많았다가 한번 폭망하고 다시 일어섰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사람을 대할때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어보면 경솔함을 주의하게 됩니다.
본인이 경솔했다고 느끼는 것도 굉장히 큰 깨달음인데 저는 지능이 낮아서 그런가 경솔했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가 항상 너무 늦었습니다.
친구를 잃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그걸 깨닫기도 하고 아직도 그때 왜 그랬을까 샤워하면서 자책하고 그렇게 삽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술이 들어가면 항상 실수를 반복하는데 이 참에 술을 끊을까 하면서도 또 어느샌가 보면 술 잔이 손에 들려있습니다.
뭐라도 비싼 거 사주면서 헛소리를 했다면 그나마 덜 후회되었을 겁니다.
앞으로 진짜 돈 열심히 벌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고 헛소리도 덜 하고 선택지가 많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