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와머니 철수 이야기는 이미 수년전부터 나왔었습니다.
신규영업을 중단한지도 오래됐고 직원들도 계속 정리해왔습니다.
금감원에서 중징계를 받은 이후에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하던지 아니면 업종 전환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딱히 업종 전환은 하지 않았습니다.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간 이후부터 시장 철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남은 채무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런 상황 때문인지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제 한국을 떠나는거면 빌린 돈을 안 갚아도 되는지 묻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굉장히 순수한 발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들이 회사를 다 접고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그들이 빌려준 돈을 그냥 다 두고 떠날까요?
영업을 접었음에도 지금까지 회사가 남아있는 이유가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부실채권에 대해서
신규영업을 다 중단한 채로 수년간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빌려준 돈을 계속 받아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상환기간이 5년이면 그 기간동안 원리금과 이자를 다 받아야하니 돈을 갚을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것이고 그 모든 과정이 끝나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려간 사람들 중에서는 꼬박꼬박 잘 갚는 분들도 있지만 중간에 연체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한두번 미납하고 다음에 돈이 생겼을때 갚는 건 별 문제가 없지만 아예 갚을 의지가 없는 경우 대부업체에서는 블랙리스트로 올립니다.
그리고 그들은 따로 관리를 하는데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넘기는 방법을 씁니다.
그런 채무자들을 모아다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돈 받을 권리를 추심전문회사에 팔아버리는 겁니다.
돈 받아내기 힘든 부실채권을 추심전문회사에 팔면 그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갚을때까지 계속 쪼아댑니다.
신용이 박살난 상태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면 불쑥 나타나서 방해를 하는 수법을 씁니다.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을 하려고 하면 다 끊어놓고 동의 안 해주고 계속 추심하고 사람을 질려버리게 만듭니다.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람 질려버리게 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답이 나왔죠.
대부업체가 회사운영을 중단한다고 해서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내 채권을 채권추심회사가 가져가서 더 전문적으로 쪼아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빌려준 돈을 그냥 다 포기하고 철수하겠습니까?
받을 수 있는 돈은 끝까지 받아내고 못 받는 돈은 다른 곳에 싼 값으로 팔아버릴테니 어쨌거나 그들이 영업을 중단하던지 말던지 빌린 돈은 다 갚는 수 밖에 없습니다.
채무자가 바뀌는 한은 있어도 내 빚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부업은 없어져야한다?
한국시장을 철수한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대부업체는 다 없어져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돈놀이를 하는 업체들은 다 사라져야한다는 뜻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요?
솔직히 대부업체가 다 사라지면 서민들은 2금융권 외에는 돈을 빌릴만한 곳이 없습니다.
저축은행이 마지노선이고 거기서 부결뜨면 아예 대출 자체가 막힙니다.
그러면 음지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개인사무실로 찾아가야하고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야 합니다.
중간단계가 아예 사라진다고 해서 대한민국에 평화가 오는 게 아니란 의미입니다.
돈을 안 빌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시겠지만 살다보면 돈 필요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사치를 안 한다고 돈이 쌓이는 게 아니라 살다보면 갑작스런 목돈이 필요한 상황도 생기고 어디 다치면 급하게 수술해야하는데 병원에서 공짜로 고쳐줄까요?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생이 다 돈인데 갑자기 돈이 막히면 누가 와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가 내 인생 알아서 책임져야하는거고 돈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그럴때 돈 수백만원 어디서 융통할 수도 없는 서민들이 그동안 이용했던 곳이 산와머니, 러시앤캐시 이런 곳들입니다.
이자 비싼 거 알면서도 빌려왔던거고 그나마 지금은 연 20%까지 내려가서 저축은행이랑 별 차이도 안 납니다.
저축은행 대출이 평균 연 15%정도 되고 비싸면 연 19.9%까지 가죠.
그나마 정부에서 계속 이자 끌어내려서 여기까지 온 건데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체를 다 욕한다면 오히려 서민들 발등을 찍는 꼴입니다.
은근히 주변에 보면 돈 빌리러 다니는 분들 엄청 많고 시장에 가보면 지금도 일수찍으러 다니는 분들 많습니다.
30만원 빌려주고 일주일만에 50만원으로 돈 갚으라고 하는 사람, 100만원 넘는 최신폰 개통해서 넘겨주면 60만원 챙겨준다는 사람 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이런 생태계를 알면 절대로 그런 소리는 못 합니다.
저도 지금 빚이 4천만원 넘게 있지만 누구 탓은 안 합니다.
진짜로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빌렸고 꾸준히 일 하면서 계속 갚아나가고 있는 중이니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열심히 갚다가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해주면 갈아타는거고 아니면 다른 기회가 올때까지 계속 갚으면서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저같은 사람들 도와주면 좋은거지만 안 도와줘도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빚 갚을때까지 열심히 살다가 다 갚으면 그때부터는 저도 작은 원룸이나 하나 제 명의로 사서 평생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조용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