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갔다가 반찬코너에 어리굴젓이 맛있어 보이길래 한팩 샀습니다.
한팩에 1만원이지만 2팩 구매하면 1만5천원에 해준다고 해서 멍게젓이랑 한팩씩 샀고 그날 저녁에 바로 먹었습니다.
멍게젓은 괜찮았는데 어리굴젓은 생각보다 좀 비려서 한 4번정도 먹었나?
비리긴 했지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건데 설마 문제라도 있겠나하고 진짜 아무 생각없이 먹었습니다.
먹고나서 다음날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날 자정이 넘어서부터 복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어리굴젓을 먹고 토요일까진 괜찮았다가 일요일이 되자마자 바로 복통이 시작된 건데 처음에는 그냥 단순 설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새벽 내내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다가 겨우 잠들었더니 아침에 식은땀과 오한이 나고 몸에 열이나기 시작했습니다.
뭘 잘못먹었나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토요일엔 집에 있는 마른반찬에 콩나물국이랑 밥 먹은 거 빼곤 다른 간식도 안 먹었기에 뭐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금요일 저녁에 어리굴젓을 먹은 게 생각나서 바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노로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있어서 12시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하루나 이틀뒤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보통 장염에 걸린 경우는 복통에 설사가 전부였지만 이번에는 오한과 발열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식사도 못 하고 그냥 누워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이마트앱에 들어가서 고객센터에 어리굴젓먹고 지금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다고 이거 어떻게 해야하냐고 글 하나 올리고 다시 잤습니다ㅋㅋ
먹고 남은 어리굴젓은 식약처에 보내야하는지 아니면 직접 오셔서 수거하시는지 뭐 확인이 필요한지 그렇게 글을 남기고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일요일이라 당연히 답장은 월요일이나 되야 올 줄 알았는데 오전 11시쯤인가 바로 이마트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계속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시면서 일단 병원에 가셔서 검사나 치료를 받으시라고 하셨습니다.
치료비는 다 지불을 할테니 일단 진료를 받으시고 오후에 다시 전화를 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장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냥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치료를 안 받으면 업체측에서는 이게 진짜인지 꾀병인지 모를 것 같더군요.
오후에 다시 전화를 또 해주시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병원은 가야할 것 같아서 일단 검색을 해봤습니다.
동네에 일요일 진료를 하는 내과를 검색해보니 집에서 꽤 먼 곳에 하나 있길래 또 거기까지 아픈 몸을 질질 끌고 걸어갔습니다.
택시를 불렀으면 되는데 그 와중에 또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니 그냥 걸어가자는 미련한 생각으로 씻지도 않고 대충 옷만 갈아입고 터덜터덜 내려갔습니다.
소아과병원이라 아이들은 바글바글하지 1시 40분쯤 갔는데 점심시간은 오후 2시까지라서 또 기다려야하지 아주 미치겠더군요;
그러다가 제 차례가 되서 일단 체온을 검사하는데 38도가 넘었다면서 독감 검사하실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와중에 챙겨간 KF94 마스크 쓰고 독감은 아닌 것 같아서 독감 검사는 안 한다고 했고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는데 그냥 약 처방해주고 증세가 더 심하면 내일 꼭 오라는 뭐 그런 말만 듣고 왔습니다.
어리굴젓 먹었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대충 약 처방 해주시던데 이게 노로바이러스인지 장염인지 뭐 그런 확실한 답변은 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처방받은 약
- 삼남아세트아미노펜정(해열진통제)
- 엑소페린정(근이완제)
- 로프민캡슐(지사제)
- 디엠정(위장운동촉진제)
- 신일이부프로펜정(해열진통소염제)
38도가 넘었다고 하실때 내가 아프긴 아프구나 새삼 알 수 있었고 1층에 내려가서 약 구매하고 택시 불러서 집에 온 후 또 바로 잤습니다.
라면이나 빵 이런 거 먹지 마시고 술 마시지 말고 죽 위주로 드시라고 했는데 도저히 입맛도 없고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아파서 그냥 집에 오자마자 샤워하고 바로 잤습니다.
내내 자다가 다시 담당직원에게 전화와서 검사받았고 약 처방받아서 지금 쉬고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괜찮아지면 이마트 고객센터에 가셔서 어리굴젓 잘못 먹고 왔다고 말을 하면 알아서 환불이랑 처리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남은 젓갈은 다 폐기처분 해주시면 된다고 했고 계속 죄송하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뭘 어떻게 처리를 해주는지 몸이 아프니 듣고싶지도 않고 내내 알겠다고 그냥 그렇게 하고 끊었는데 저녁이 될때까지 계속 자다가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죽 하나를 데워서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억지로 죽을 반 정도 겨우 먹고 약을 먹은 후 다시 잤는데 한 저녁 11시쯤 일어나니까 좀 살겠더군요.
열이 내려가서 그런가 머리아픈 것도 괜찮아졌고 그렇게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ㅎㅎ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을때 어제보다도 훨씬 괜찮은 것 같아서 어제 먹다가 남은 죽 다시 데워서 먹고 약을 먹었는데 가끔씩 복통이 생기는 거 말고는 다른 증상은 없어서 다행이다 살았다 생각하는 중입니다.
제가 걸린 게 노로바이러스인지 장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다시는 생굴은 먹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예전에도 굴을 먹고 탈이 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심하게 아파서 다음에 또 굴을 먹고 탈이 나면 그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분들도 아무리 대형마트가 식품검사를 잘 한다고 해도 여름에 어리굴젓이나 생굴을 먹는 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헐 저도 이마트 어리굴젓 먹고 노로바이러스… 먹기전에 이 글을 봤어야 했는데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