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글 다섯식구 230만원으로도 살아집니다

2018년도 네이트판에 올라왔던 글이 갑자기 생각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2018년 10월 19일 네이트판에 ‘다섯식구 230만원으로도 살아집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딸 셋을 키우고 있는 집으로 남편이 사무직이라 몸은 편하지만 월급은 적다며 월 평균 230~240만원 정도를 번다는 글이었습니다.

초4, 초2, 6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가정이었는데 집은 월세지만 보증금을 많이 넣어둬서 월 20만원씩 낸다고 했고 보증금 4500만원에 월 20만원 주택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세는 20만원이 나가고 있고 핸드폰, 티비, 통신비, 전기세, 정수기랑 공청기 렌탈비, 공공요금을 모두 합하면 월 40만원이 나오며 보험은 아이들꺼 최소한이랑 부부 실비보험까지 해서 월 25만원이 나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끔 아이들 옷 사주고 생필품 구입하고 경조사비 내고 이런게 월 20만원, 남편 용돈이 15만원, 중고로 구매한 스파크 차량 주유비랑 유지비 월 15만원,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 용돈 10만원을 쓰면 월 80~90만원정도가 남는다며 여기서 20만원은 적금 넣고 나머지 60만원을 식비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방과후학교 수업료 같은 건 학교에서 다 지원이 나오고 있어서 넉넉하진 않지만 사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본인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마무리가 된 글이 네이트판에 올라왔었고 저는 참 흐뭇하게 글을 읽었는데 그에 달린 댓글들은 제 생각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표독한 악플들이 가득했고 베플에는 애들이 안됐다며 애들이 맛있는 음식을 몰라서 못먹는 상황이라며 악담을 퍼붓더군요.

두번째 베플은 아예 대놓고 욕이라 더 황당했는데 그 내용 그대로 가져와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ㅋㅋ 거지같이 산다는 소리를 길게도 써놨네ㅋㅋ 애들데리고 어디 여행이라도 가본적 있어? 영덕대게 자연산참돔회 한우살치살 이런거 먹어본 적 있어? 비행기는 타봤냐? 아니 제주도는 가봤냐???

라는 글이 두번째 베플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행복이라는 게 그저 영덕대게나 자연산참돔회, 한우살치살이었던 사람의 의견인 것 같은데 그게 베플이라는 것도 참 황당했습니다.

가난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을 모르고 살아온 것은 아닙니다.

저는 중년의 나이지만 6살때 엄마랑 손잡고 처음 영화관을 가서 영화를 봤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처음 옆집에서 바나나를 얻어와서 그걸 엄마랑 먹었던 기억도 남아있고 아부지가 양념치킨을 항상 사오셨던 기억도 행복하게 남아있습니다.

살치살이나 자연산참돔회를 먹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이 불행하다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어딘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때 이걸 꼭 가족들에게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돈을 벌어서 그걸 사다가 나눠먹으며 행복을 느끼곤 했습니다.

한우를 못 먹어봤다면 내가 커서 돈을 벌어서 그걸 꼭 가족들끼리 나눠먹어야겠다 생각했고 나중에 그걸 이뤘을때 나도 어른이 되었구나하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경험을 못 겪어봤다고 인생이 우울하진 않았습니다.

맛있는 걸 더 먹는 것보다 가족이 행복한 게 더 좋았고 부모님들이 싸우지 않는 게 더 좋았기에 내 삶에 그런 것들은 전혀 우선 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당시 주변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안됐다고 생각한다면 왜 나를 저렇게 생각할까 더 기분이 나빴을 것 같습니다.

더 빨리 경험을 해본다고 해서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소한 가족들만의 행복이 있는 것이고 그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고작 음식들이나 돈을 쓰는 여행으로 행복을 논하는 것 같아서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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