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명 복창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신교대를 수료하고 자대배치를 받으면 이제 죽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수많은 고참들이 대기해있는 군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세상입니다.

가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복명 복창 입니다.

처음엔 왜 내가 고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두번 실수를 반복하다보면 왜 복명 복창이 주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군대는 팔도의 사나이들이 모두 모여드는 집단이기 때문에 가끔 사투리를 못 알아듣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경상도 사천에 있는 고참이 있어서 처음에는 사투리를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계속 듣다보니 나중에는 적응이 되고 이해가 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투리도 있지만 사람마다 억양이 달라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 가장 효율적인 것이 바로 복명 복창입니다.

지금은 사소한 심부름을 시키지 않으니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를 들어서 고참이 바나나우유를 사오라고 시켰다 생각해봅시다.

이등병이고 의욕이 가득 차있던 시기라면 바나나빵과 우유를 사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나나우유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 있죠.

그럴때 복명 복창 한 번이면 그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바나나우유를 사오라고 요청했을 시 그 자리에서 ‘바나나우유 1개 사오겠습니다’라고 바로 말을 한다면 제대로 이해했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바나나빵과 우유 사오겠습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다시 불러서 내가 주문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복명 복창의 더 중요한 점은 머릿속에 좀 더 명확하게 박힌다는 겁니다.

내가 고참의 이야기를 듣고 그냥 나가는 것보다 다시 한 번 복명 복창을 해서 머릿속에 때려박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암기법과도 관련있는 부분인데 그냥 외우는 것과 입으로 소리를 내서 외우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저도 여러번 경험한 부분이지만 고참이 명령한 내용을 혼자 머릿속에 되새기며 가는 것보다 고참이 말한 내용을 입으로 소리내서 말하고 가는 게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앞에서는 다 기억이 나지만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게 군인이죠.

그래서 고참이 계속 훈련을 시켰던 부분이 바로 복명 복창 이었습니다.

지시를 내리면 그 자리에서 지시 내린 부분을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달려나가는 것인데 그렇게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나가면 나중에 다시 기억에 남기 때문에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큰 소리로 책을 읽으면 그만큼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암기를 할때도 소리를 내서 읽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군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지침이 바로 복명 복창 입니다.

군대이야기를 하니까 갑자기 예전에 지내던 군부대가 생각나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의 기억을 찾아 군부대가 있었던 동네를 한 번 찾아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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