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후반에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피씨방에 그렇게 자주 가진 못했습니다.
시간이 날때마다 가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생활 때문에 폐인처럼 밤을 새거나 하진 못했습니다.
대학생때는 친구나 형들이랑 술마시고 노느라 많이 다니지 못했고 군대가기 전이랑 전역한 직후에 진짜 많이 다녔습니다.
피씨방에 가면 항상 먹었던 메뉴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팔도 왕뚜껑 사발면이었습니다.
왕뚜껑을 시키면 단무지를 한접시 같이 내어주는데 김치가 없음에도 그 단무지에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하나에 1천원정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주말에 피씨방에 가면 항상 만나는 멤버들이 있어서 한바퀴 둘러보고 멤버들이 있으면 같이 붙어서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다가 슬슬 출출해지면 라면 먹을 사람 있는지 물어보고 같이 주문을 합니다.
혼자 시켜서 먹으면 다른 사람도 냄새 때문에 덩달아서 시키게 되니 그냥 주문할때 같이 시키는 겁니다.
팔도 왕뚜껑 사발면 여러개를 시켜서 단체로 먹고있으면 그 냄새가 피씨방 전체에 퍼져서 다들 컵라면 하나씩 계속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라면을 먹고 게임을 더 하다가 이제 슬슬 일어나는지 체크를 한 후 다같이 나가면 하는 일은 역시나 술을 마시는 거였습니다.
술을 오랜만에 마시는 거라면 당연히 좋은 걸 먹겠지만 맨날 만나서 피씨방가고 술마시고 할때는 돈이 없으니 최대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그때 저희가 자주 가던 곳은 안주 2개에 1만원을 받던 술집이었습니다.
하나는 탕을 시키고 또 다른 하나는 촉촉오징어 같은 걸 시켜서 먹곤 했었는데 오징어는 맨날 먹어도 물리지 않고 너무 맛있었습니다.
둘이서 소주를 마시면 4병을 시켜서 사이좋게 나눠먹었고 돈이 좀 있으면 5병까지도 마시고 나왔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더 큰 술집으로 가서 술을 마시고 술집에 가서도 항상 게임 얘기만을 했습니다.
어떤 아이템 조합으로 싸우면 절대 질 수가 없다고 하고 캐릭터의 특성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고 게임에 완전 빠져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살았는데 매일 새롭고 재밌어서 평생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돈이 없으면 인력사무실에 나가서 일당을 받고 잡부로 일한 뒤에 일당을 받아서 그걸로 또 술을 마시고 놀다가 돈이 떨어지면 또 단기로 일해서 돈을 벌어다가 술마시고 그랬습니다.
그 뒤로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한 후에는 취업을 하느라 피씨방도 거의 못 가고 아주 가끔씩 갔었는데 멤버들도 피씨방에 없으니 가도 별 재미가 없더군요.
지금은 피씨방에 가도 할 수 있는 게임이 없으니 오래 앉아있지를 못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게 스타크래프트 정도라서 컴퓨터랑 2:1이나 3:1 뭐 이런거 방 만들어서 혼자 게임하다가 나오고 그게 끝입니다.
확실히 삶에서 게임이 빠지니까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는 것 같네요.
나이가 드니까 요즘은 낚시쪽으로 좀 빠져볼까란 생각이 드는데 여유가 좀 생기면 낚시를 포함해서 다른 취미생활도 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