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동네에 오락실이 참 많았었습니다.
집에서 용돈을 받으면 오락실에 가서 다 탕진하곤 했죠.
그때는 엄마가 오락실 다니는 걸 무척이나 싫어해서 갔다가 걸리면 엄청 혼났었습니다.
한번은 학교 끝나고 가서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등짝을 제대로 짝! 하고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였는데 주변에 누가 있던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등짝스매싱을 날리시더군요.
쪽팔린것보다 맞는 게 더 무서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눈에 잘 띄는 오락실은 잘 안 다녔고 시장통 골목 안에 있어서 엄마가 찾아올 수 없는 곳을 주로 다녔었습니다.
길거리에 대놓고 있는 곳은 엄마가 일하는 시간대에만 다니고 그 외에는 숨어있는 곳으로만 다녔었습니다ㅎ
어릴때는 딱히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었고 준비물 살 돈을 조금씩 삥땅쳐서 용돈을 마련하거나 아부지가 만취상태로 들어오시면 갖은 재롱을 다 떨면서 용돈을 받아내곤 했습니다.
흰머리뽑기도 쏠쏠한 용돈벌이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받아낸 돈은 학교 끝나고 오락실에 가서 탕진을 했었는데 얼마 없는 돈이다보니 재밌어보이는 게임은 자주 하지 못 했고 보다 쉬우면서 오래가는 게임 위주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코인으로 끝판까지 깰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들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때 자주 했던 게임들은 던전앤드래곤즈, 닌자베이스볼, 캐딜락 앤 다이너소어, 에어리어88, 스핀 버스터, 슈퍼팡, 카발, 수왕기, 천지를 먹다, 파이널 파이트, 텀블팝, 어벤징 스피릿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킹오브파이터 94~95 시리즈나 사무라이 쇼다운처럼 대전게임도 종종 했었는데 고수들이 많이 오는 시간대는 피해서 CPU랑 대결을 하거나 종종 저에게 도전하는 형 또는 아저씨들의 돈을 따먹곤 했었습니다.
한두판 이기고 눈치를 봐서 엄청 화가 난 형처럼 보이면 슬그머니 져주기도 했었죠.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몇 판 지면 나갈때 오락기를 꺼버리고 가거나 와서 협박을 해대기 때문에 그냥 져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얍사비를 쓴다고 끌려간 적도 있으니 짬이 딸릴땐 오락도 눈치껏 해야했습니다ㅎ
오락실에 갔는데 제가 잘 하는 게임들을 누군가 다 하고있으면 그때는 잘 못 하더라도 재밌는 게임을 한번씩 해보곤 했습니다.
공략법을 몰라서 금방 죽는 원더보이 인 몬스터랜드도 해보고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같은 게임도 그럴때 한번씩 도전했었죠.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는 조이스틱을 회전시키는 방법이라 아무리 해도 잘 적응이 안 되더군요.
뒤에서 적이 오면 조이스틱을 빠르게 회전시켜서 방향을 바꿔야하는데 그게 안 되서 금방 죽으니 돈이 아까워서 자주 하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릴때 아주 잠깐씩 했었지만 꽤 재밌었던 게임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막 무기를 변환하면서 했던 게임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게 뭔지 여기저기 한참 찾아봤었습니다.
발판을 지나면 무기가 바뀌는 종스크롤 게임이었는데 다른 캐릭터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닌자는 확실히 기억이 나는 게임이었습니다.
일단은 유튜브에 들어가서 오락실 고전게임으로 영상을 수십개 스킵으로 건너뛰면서 찾아봤는데 아웃존이라는 게임이 완전 비슷했습니다.
전체적인 진행은 비슷한데 무기랑 나오는 적들도 다르고 디테일이 다르길래 혹시 아웃존2가 있나 싶어서 아웃존2로 검색해봐도 나오진 않았습니다.
쇠사슬인지 뭔가를 던지면 총알도 다 먹을 수 있는 닌자무기가 계속 생각나고 표창을 날리는 무기를 썼던 것도 생각나서 그걸로 검색해봤는데 드디어 픽스에이트라고 나오더군요.
아웃존이랑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하긴 한데 그 2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픽스에이트로 검색해서 원코인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무기는 난자랑 도마뱀처럼 생긴 캐릭터의 기 모아서 쓰는 무기인데 지금 찾아봐도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어려운 게임을 그 어린 시절에 했었으니 금방 죽는 건 당연한 거였네요ㅎ
유튜브로 고전게임 영상을 보는데 용돈이나 모아서 고전게임기라도 하나 사야하나 엄청 고민하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엔딩을 볼 수 없었던 게임들을 싹 모아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