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옛날인데 강남역 우성아파트 사거리쪽에서 잠시 일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엄청 작은 회사였고 오피스텔 한 칸에서 책상 다닥다닥 붙이고 일을 했던 시기였습니다.
화장실이 없어서 1층에 있는 공동화장실까지 내려가서 볼 일을 보곤 했었고 겨울이면 엉덩이가 좀 시렸던 기억도 납니다.
좁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보니 점심시간이나 되야 좀 갑갑한 공간에서 빠져나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는데요.
점심은 근처에서 항상 사먹었고 멀리까지 가긴 힘들어서 거의 비슷비슷한 메뉴를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은 지하에 있는 미진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계단을 내려가는 곳곳에 김보성씨의 사진이 걸려있어서 신기했었습니다.
지하에 있는 음식점인데도 상당히 넓었고 냉메밀국수를 비롯하여 간단한 식사류와 함께 돼지고기, 소고기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김보성씨가 다양한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내려가는 길에 걸려있는 식당이었는데 식사류에 냉메밀국수가 있어서 저희는 그걸 먹으러 갔던 게 기억납니다.
날씨가 엄청 더운 여름이었고 시원한 게 먹고싶어서 한번 내려가 본 거였습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가 않았고 다들 냉메밀국수를 시켰는데 엄청 시원한 주전자가 하나 나왔고 뒤이어 채 썬 파와 갈은 무 등등이 나왔습니다.
주전자에는 냉육수가 들어있어서 각자 그릇에 원하는 만큼 덜어놓고 메밀면이 나오면 거기에 적셔먹는 방식이었던 게 기억납니다.
엄청 시원한 육수였고 나중에 메밀면이 네모난 판에 나오는데 적당한 양의 메밀면이 2덩이 놓여있었습니다.
육수 먼저 시원하게 한번 마셔보고 메밀면을 육수에 적셔서 와사비소스도 넣어 코 찡하게 먹는데 주전자에 육수가 한가득 나와서 계속 리필해가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육수를 더 달라고 하면 더 줬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게 메밀면을 먹고 일어서려고 하다가 판을 들췄는데 아래에 또 메밀 2덩이가 놓여있어서 진짜 놀랐었습니다ㅎㅎ
메밀면이 총 4덩이가 나오는 거였는데 위에 있는 2덩어리가 그냥 끝인 줄 알고 그냥 갈 뻔 했었던 게 기억납니다.
그냥 2덩어리만 나왔어도 무난무난했을텐데 아래에 또 한 판이 더 있으니 엄청 푸짐하다며 신나게 먹었었네요.
그 이후로 점심에 시원한 게 땡기면 미진이라는 식당으로 가서 냉메밀국수를 종종 먹곤 했는데 나중에 회사가 홍대쪽으로 이사를 갔는데도 그 음식점이 계속 생각났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은 터라 나중에는 미진이라는 식당을 별 생각없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봤고 나중에 가야겠다 하고있는데 미진이란 식당을 검색하니 온통 광화문점만 나오더군요.
광화문 미진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신기하게도 그때 먹었던 메밀이 똑같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그때가 2009년인가 그쯤이었을텐데 따로 분점이나 프랜차이즈 뭐 그런 언급이 없어서 뭐가 맞는진 모르겠네요.
같은 식당인건지 아니면 이름만 같은건지 정확한 건 김보성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나중에 광화문에 가서도 먹어봤는데 이상하게 그때의 느낌은 안 나더라구요.
사람이 많아서 막 기다려가며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진짜로 다른 식당이었던건지 뭔진 모르겠습니다.
혹시나하고 거리뷰로 우성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그 식당을 찾아보니 지금은 MN휘트니스 강남점으로 바뀌었고 그때 그 모습과도 완전히 달라져있었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났으니 그때의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 없겠더군요.
거기서 갈비탕도 꽤 맛있게 먹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혹시나 하고 ‘강남역 미진 메밀국수’로 검색을 해보니 2010년에 누군가 올린 블로그 글이 보이던데 거기 내용을 읽어보니까 김보성씨가 운영하는 식당은 아니고 그냥 단골집이라고 하네요;
단골식당에 대한 의리로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서 올려주셨나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