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남영동과 숙대입구를 잠시 들렀었습니다.
나가서 외식을 하기 애매하니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오겠다고 하고서 잠시 나왔던 겁니다.
아부지가 용문시장에서 족발을 잔뜩 사가지고 오신다고 해서 저희는 간단하게 회를 썰어오기로 하고 일단 밖으로 나왔습니다.
서울역 부근에서 숙대입구역까지 걸어가는데 동네에 많이 변한 곳도 있고 여전히 그대로 있는 곳들도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서부역에서 숙대쪽으로 걸어오다보면 세차장이랑 공업사도 여전히 그대로 있더군요.
길 따라서 쭉 걸어가니 오랜만에 포대포도 문을 열었고 양평민물매운탕도 그대로 있고 삼일교회 맞은편 쪽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서비스센터도 있었습니다.
쌍대포는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인가 거기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음식점은 참 방송의 힘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쌍대포는 어릴적에 종종 가던 집으로 소금구이랑 껍데기에 소주를 마시러 가는 곳이었고 입구는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어서 저녁에 가면 시끌시끌하니 술을 안 마셔도 술취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방송에 나오면서 가격이 점점 올라가다보니 저는 나중엔 잘 안가게 되었지만 분위기 하나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쌍대포를 지나서 뚜레주르 앞에 있는 신호등을 건너서 숙대입구역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예전 국민은행이 있던 자리에 KFC가 생겨있었고 그대로 더 쭉 걸어서 스타벅스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유는 바로 회를 포장하기 위함인데 만원수산이라는 집이 저렴하다고 해서 일단 들렀습니다.
광어랑 우럭 세트로 2만3천원에 하나 포장주문을 했고 잠시 뒤에 찾으러 오겠다고 하고서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굴다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데 이 곳의 터줏대감이었던 남영포차가 문을 닫았더군요.
굴다리매점에는 작은 강아지가 우릴 반겨줬고 굴다리를 지나 남영역쪽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항상 문이 닫혀있던 청파 치안센터는 이 날도 닫혀있었고 계속 걸어서 남영역 근처에 도착해서 참치정육점이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참치랑 회를 포장해온다고 여기까지 걸어온 건데 배달이 되는지 안되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오랜만에 이 동네를 걷고싶어서 나왔습니다.
참치는 참다랑어세트가 있고 눈다랑어랑 참다랑어에 메카도로가 섞인 모듬이 있었는데 저희는 모듬 대자 5만8천원짜리로 주문을 했습니다.
포장하는데 한 15분정도 걸린다는 말을 듣고서 그러면 잠시 어딜 갔다오겠다고 하고서 여기까지 나온 김에 근처에서 커피나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아인슈페너가 마시고 싶다길래 오츠커피를 가려했으나 여기에 또 새로 생긴 카페가 있어서 거기로 가봤습니다.
굿뉴스 카페앤모어(Good News Cafe & more)라는 카페였고 야외테이블이 괜찮아보여서 간 건데 음료도 맛있고 분위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원불교 맞은편에 있는 것도 모르고 근처에서 계속 뺑뺑 돌았네요;
아놀드파머라는 음료는 여기서 처음 마셨는데 밀크티랑 레모네이드를 반반 섞어서 요런 맛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맛있었고 분위기 좋았고 그냥 모든 게 다 좋았습니다.
살던 동네에서 벗어나 다른데서 너무 오래 살았더니 이제는 지도만 딱 보고 길을 찾는 게 그리 쉽지가 않아졌습니다.
그립지만 약간은 낯설은 동네가 되어버렸네요.
커피를 후딱 마시고 잠깐 앉아있다가 선린쪽으로 나와서 다시 참치 포장한 걸 받고 남영동 볼링장 쪽으로 나와서 쭉 걸어가서 회 포장한 걸 받고 다시 왔던 길 그대로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족발이랑 참치랑 회를 놓고서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늦어서 차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랜만에 숙대입구의 골목들이랑 남영동의 골목들, 술집들을 보니까 예전 생각도 참 많이 나고 너무 재밌었습니다.
다음에는 와서 술집이라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누구랑 와서 마실지 그게 걱정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