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에 대해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라면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하다는 말은 어릴때 많이 들었습니다.

밀가루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냥 한식이 좋아서 그런거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어릴때부터 한식을 많이 드시고 자랐을테니 그게 입맛에 맞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부지는 외식을 같이 할때도 잘 드시지 않고 집에 와서 꼭 찌개에 밥을 따로 드시곤 했습니다.

출가를 하고 집에서 해 준 밥을 못 먹는 상황이 되니 집밥의 위대함에 대해서 알게 되더군요.

집에서 해 준 밥을 먹지 않고 맨날 사먹다보니까 너무 물려서 나중에는 사먹는 걸 피하게 됩니다.

쌀을 사서 밥을 하고 대충 찌개라도 끓여서 먹으면 속이 편하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여러 메뉴들을 하나씩 레시피 보면서 해먹기 시작했는데 유튜브에서 다양한 레시피를 알려주니까 그건 참 편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레시피를 아무도 공개해주지 않아서 정말 맛없는 집밥만 먹었으니까요.

백종원씨가 방송에서 레시피 공개해주는 거 있으면 그거 화면 캡쳐해서 고대로 해먹었는데 사먹는 것 같은 맛이 날때 정말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요즘엔 너무 좋은 레시피들이 많이 공개되니까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한 지역음식들까지도 직접 해먹을 수 있어서 참 좋더군요.

라면을 2개 끓여먹는 게 힘들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2개씩 끓여먹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김치통 하나 꺼내서 라면 후루룩 마시고 김치 먹고 국물도 거의 다 마시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먹어야 배도 부른 것 같고 만족스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라면을 2개 끓여먹으면 저녁까지 소화가 잘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실제로 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되서 너무 힘든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게 슬슬 그렇게 몸이 변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변하니까 좀 무섭더군요.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구나 이제는 관리를 해야하는구나하면서 말이죠.

천천히 늙어가는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확 늙어버린다는 건 딱히 준비할 기회도 없고 적응할 기간도 없어서 더 무섭습니다.

입은 더 맛있는 걸 먹고싶어하는데 몸이 따라주질 못하는 겁니다.

술을 못 마시게 된 건 이미 3년쯤 지났고 지금은 음식도 소화를 못시키는 몸이 되었습니다.

비빔면도 2개를 먹으면 부대끼고 소화가 잘 안됩니다.

술은 전엔 집에서 소주도 마시고 했는데 이제는 아예 집에서 소주를 안마셔서 따지 않은 소주 새거가 냉장고에 1년 넘게 방치되어 있는 중입니다.

음식할때 쓰려고 하나 따 놓은 게 있긴 하고 나머지는 그냥 놔둔 게 있습니다.

배달음식을 시킬때도 전에는 가장 만만한 게 치킨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느끼하고 그래서 잘 안먹습니다.

아주 가끔 할인행사를 할때 시키긴 하는데 먹으면 항상 후회합니다.

둘이서 한마리도 다 못 먹고 남깁니다.

거의 한식 위주로만 배달을 시키고 있고 그러다가 가끔 고기 구워먹고 생활패턴도 많이 달라져버렸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어른들이 말했던 게 뭔지 슬슬 깨달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외식메뉴도 바뀌고 먹는 양도 바뀌고 술도 잘 못 마시게 되니 인생의 즐거움이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고 할까요?

뭔가 소소한 곳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호르몬도 그렇게 변해가는지 예전처럼 혈기왕성하지도 않고 타협도 잘 하고 포기도 빠르고 인정도 잘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변해가는구나 깨닫는 게 신기하지만 그만큼 내 인생도 점점 줄어들어간다는 게 서글플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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