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충 러브버그, 사람 한테 계속 오는 이유에 대해 여러분들은 잘 알고 계셨나요?
요즘 기온이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 매년 나타나는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두 마리가 꼬리를 맞붙인 채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창틀에 새까맣게 붙어 있는 것도 보기가 싫을 정도인데 가만히 서있는 사람한테 자꾸 돌진하면서 부딪히려고 해서 더 짜증이 납니다.
구청 안내문에는 이 녀석들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로운 곤충)’이라며 그냥 놔두라는 뉘앙스가 적혀있는데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달라붙는 것인지를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익충 러브버그, 어떤 점이 좋까?
러브버그는 생긴 건 영락없는 해충처럼 생겼지만,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아주 고마운 ‘환경 청소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모기나 파리처럼 사람을 물어 피를 빨아먹지도 않고, 무서운 질병을 옮기는 바이러스도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 유충 시절의 청소 활동: 러브버그 애벌레들은 주로 숲속 낙엽 더미나 습한 흙 속에 살아가는데, 이때 쌓여 있는 썩은 낙엽이나 식물 부스러기들을 아주 부지런히 먹어 치웁니다. 낙엽이 썩지 않고 쌓이면 산이 쓰레기장이 될 텐데, 이걸 소화시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천연 비료로 바꿔줍니다.
- 성충이 되어서는 꽃의 도우미: 어른 벌레가 되어서는 지저분한 쓰레기통이 아니라 꽃 주변을 맴돕니다. 달콤한 꽃꿀을 먹으면서 다리에 꽃가루를 묻혀 여기저기 옮겨주는 ‘가루받이’ 역할을 해줍니다. 봄철의 꿀벌 같은 착한 일을 초여름에 이 녀석들이 대신해 주는 셈입니다.
- 새들의 풍성한 먹이: 독성이 없고 깨끗한 벌레라 도시 생태계에 사는 작은 박새나 제비, 개구리들에게 아주 훌륭한 영양 만점 간식이 되어줍니다. 먹이사슬이 건강하게 돌아가도록 든든한 기초 체력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사람에게 달라붙는 이유는?
벌레가 착한 일을 하는 건 알겠는데, 길을 갈 때 자꾸 내 얼굴이나 몸으로 날아와 툭툭 부딪히면 불쾌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를 공격하려는 건지 궁금하셨을 텐데, 여기에는 명확한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몸이 내뿜는 따뜻한 열기와 이산화탄소 때문입니다. 사람은 숨을 쉴 때마다 코와 입으로 이산화탄소를 뱉고 몸에서 체온을 방출합니다. 러브버그는 온도 변화와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안테나가 대단히 발달해 있어서, 사람이 걸어가며 숨을 쉬면 본능적으로 “저기 따뜻하고 살기 좋은 명당이 있다” 하고 자석처럼 이끌려 날아오게 됩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입은 밝은색 옷 때문입니다. 흰색이나 노란색, 밝은 연두색 옷을 입고 나가면 벌레들이 거대한 꽃밭으로 착각을 합니다. 화사한 색상을 유독 좋아하는 성질이 있어서, 멀리서 꽃인 줄 알고 신나서 착륙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의 등판이나 모자 위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 번째는 자동차 배기가스 냄새의 착각입니다. 러브버그 애벌레들이 흙 속에서 낙엽을 분해할 때 특유의 가스 냄새가 나는데, 이게 신기하게도 도심 속 자동차 배기가스 성분과 대단히 비슷합니다. 그래서 도로나 자동차 주변, 혹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내 쪽을 자신들의 고향이자 먹이가 풍부한 서식처로 오해해서 무리 지어 몰려들게 됩니다.
마지막 결정적인 이유는 형편없는 비행 실력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날개가 약해 조종을 잘 못하는데, 번식을 하느라 암수가 항상 꽁무니를 붙인 채 2인 3각 경기하듯 날아다닙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피하고 싶어도 조종 능력이 떨어져 어버버하다가 툭 부딪히는 어설픈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러브버그를 쫓는 꿀팁
자꾸 몸에 달라붙는 게 끔찍하게 싫으시다면 초여름 요맘때만큼은 외출할 때 검은색이나 회색 같은 어두운색 옷을 입으시는 것을 강력하게 권해 드립니다.
그러면 신기할 정도로 꽃으로 착각하지 않아 몸에 달라붙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외출 전 향수나 향이 강한 화장품 사용을 잠시 자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러브버그 성충의 수명은 고작 일주일 남짓으로 대단히 짧은 편이며 6월 중순에 반짝 기세를 떨치다가 7월 초순 장마가 시작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수명을 다하고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독한 화학 살충제를 무차별적으로 뿌리면 오히려 이들을 잡아먹는 다른 이로운 새들이나 곤충들까지 함께 죽어 생태계가 망가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베란다 창틀에 붙은 녀석들은 분무기로 맹물을 가볍게 칙칙 뿌려주면 날개가 젖어 힘을 잃고 바닥으로 툭 떨어지니, 그때 빗자루로 쓸어서 쓰레기통에 쏙 버리시는 게 가장 깔끔하고 안전한 퇴치법입니다.
조금 징그럽고 불편하더라도 우리 환경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고마운 손님이라 생각하며, 짧은 출몰 시기 동안 현명하게 피해 다니시길 바랍니다.